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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태양·바람·바다… 자연을 품은 IT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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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의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는 중국 선전(深玔) 난산구에 50층·39층인 신사옥 두 동(棟)을 완공하고 7월까지 임직원 입주를 완료한다. 텐센트는 이곳에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IT(정보 기술)를 대거 접목해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였다. 화장실 온수(溫水)는 건물에 있는 서버 컴퓨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해 데운다. 사무실·회의실에서는 AI가 직원들의 에너지 사용 패턴을 분석해 조명과 에어컨 세기 등을 자동 조절한다. 텐센트 측은 "에너지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을 비슷한 건물의 40% 수준으로 절감했다고 밝혔다.

최근 글로벌 IT 기업 사이에 친환경 사옥·설비 구축 경쟁이 불붙고 있다. 태양광·지열 같은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사옥이나 데이터센터에 장착해 에너지를 100% 자급하는 것은 물론이고, 데이터센터를 해저에 설치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해저 데이터센터, 100% 에너지 자급하는 사옥

이런 흐름을 선도하는 곳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기업이다. 작년 하반기 신사옥을 완공한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사옥 천장에는 삼각형 창이 245개 있다. 이 창은 내부 온도에 따라 채광·통풍량을 자동 조절한다. 이를 위해 엔비디아는 설계 단계부터 1년간의 통풍·채광량을 AI로 예측해 창문 개수·크기·위치를 정했다. 작년 완공된 미국 애플의 신사옥 '애플 파크'도 1년 중 9개월은 냉난방 설비를 가동하지 않는다. 사옥 내부의 자연 채광과 통풍 흐름을 조절해 냉·난방을 공급하는 식이다. 옥상에는 17㎿(메가와트)급 태양광발전 설비도 설치돼 있다. 단일 건물에 있는 태양광발전 설비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5400가구(4인 가족 기준)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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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내년 말 완공 목표로 짓는 사옥에 100%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한다. 구글은 미국·유럽·남미 26곳에 총 3GW(기가와트)급의 태양광이나 풍력·지열 발전소 등 친환경 에너지 발전 설비를 구축하고 세계 각지 사옥에서 쓰는 에너지를 충당하고 있다. 아마존도 입지 선정 단계인 제2 사옥에 친환경 에너지 기술을 대거 탑재할 계획이다.

아예 물속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는 기업도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4일(현지 시각)부터 영국 스코틀랜드 인근 바닷속에 설치된 해저 데이터센터를 시험 가동하고 있다. 서버 컴퓨터 864대를 넣고 밀봉한 지름 2.8m, 길이 12.2m 크기의 데이터센터는 서버 가동 때 발생하는 열을 바닷물로 곧바로 식혀버린다.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한 전력은 조력·태양광발전으로 자체 수급한다. 페이스북도 바람이 많이 불고, 일조량이 많은 오리건주(州), 유타주 등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해 풍력, 태양광으로 에너지를 자체 생산·사용한다.

비용 절감과 기업 이미지 상승 효과까지. 두 마리 토끼 잡는 IT 기업들

한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도 강원도 춘천의 데이터센터 '각'에 각종 친환경 설비·기술을 적용했다.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전력을 자체 생산하고, 서버 컴퓨터들이 들어차 있는 건물 외벽에는 초대형 환풍구가 있어 시원한 바깥 공기로 내부의 열기를 식힌다. 삼성전자도 최근 수원·화성·평택과 미국·중국 등 국내외 주요 사업장에 태양광 패널, 지열 발전 설비를 구축해 친환경 에너지 생산량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우선 올해 본사가 있는 수원 사업장에 4만2000㎡(약 1만2700평) 규모의 태양광 패널을 건물 옥상·주차장에 설치하고 내년 이후에는 평택, 화성 사업장과 해외에도 친환경 에너지 설비를 설치한다. 최근 서울 마곡에 들어선 LG사이언스 파크도 태양광과 지열 등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친환경 사옥을 확대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과 이미지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다. 환경오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사용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것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기술 발전으로 에너지 효율이 비약적으로 개선되면서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하는 기업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철 기자(charl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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