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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개최국 러시아의 약진 … ‘아저씨 재팬’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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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꺾은 일본은 축제분위기 참가국 최하위 러시아 2연승 16강 러 선전으로 월드컵 흥행 ‘파란불’

중앙일보

승리를 자축하는 개최국 러시아 팬(왼쪽)과 국기를 들고 응원하는 일본 팬. [타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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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을 열어봤더니 완전히 다른 팀이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예상 밖으로 선전 중인 일본과 러시아 얘기다.

19일 러시아 사란스크에서 열린 H조 1차전에서 콜롬비아를 2-1로 꺾은 일본은 축제 분위기다. 일본 언론은 ‘역사적인 승리’(스포츠호치), ‘사란스크의 기적’(닛칸스포츠) 등 각종 수식어로 자국 승리를 대서특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트위터에 “감동을 선사해 감사하다”고 메시지를 남기는 등 소셜미디어에는 일본팀을 향한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아사히 신문은 20일 “일본의 첫 승리로 가전제품 예약이 늘고, 관련 서적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일순간에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열흘 만의 반전이다. 지난달 31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월드컵 출정식에서 일본이 가나에 0-2로 진 뒤, 팬들은 “행사에 나올 바에 차라리 연습이나 더하라”고 비아냥댔다. 성적 부진으로 월드컵 개막을 두 달 앞둔 지난 4월 바히드 할릴호지치(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감독이 경질됐다. 니시노 아키라(63) 일본축구협회(JFA) 기술위원장이 대신 지휘봉을 잡았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일본은 지난 9일 스위스에도 0-2로 완패했다. 할릴호지치 감독 시절 홀대받았던 혼다 게이스케(32), 오카자키 신지(32), 가가와 신지(29) 등 베테랑들이 대거 돌아오면서 평균 연령 28.2세의 대표팀에는 ‘사무라이 재팬(일본대표팀 별칭)’ 대신 ‘아저씨 재팬’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본선 첫 경기에 나선 일본은 완전히 달랐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콜롬비아 카를로스 산체스가 퇴장당하는 운도 따랐지만, 경기 내내 상대를 조직적으로 몰아붙였고, 후반 28분 오사코 유야의 결승골로 웃었다. 호세 페케르만(아르헨티나) 콜롬비아 감독도 “일본은 자신의 스타일 대로 경기를 풀었다. 그들은 이길 자격이 있다”고 칭찬했다.

니시노 감독은 짧은 기간에 유럽에서 뛰는 경험 많은 선수들과 소통하고 신뢰를 끌어냈다. 주장 하세베 마코토(34)는 “선수들 사이에 소통이 잘 이뤄졌다. 경기에 나오지 않은 선수도 라커룸에서 출전 선수에게 힘을 불어넣었다”고 전했다. 감독으로 출전한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브라질을 1-0으로 꺾고도 조별리그 탈락을 경험했던 니시노 감독은 “이제 1승이다. 자축은 다음에 하겠다”고 반응했다.

개최국 러시아도 ‘예상 밖 선전’으로 흥행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개막 전까지 A매치 7경기 연속 무승(3무4패)에 그쳤던 러시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0위로 32개 참가국 중 최하위다. 하지만 개막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5-0으로 꺾은 데 이어, 20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2차전에서 이집트를 3-1로 제치고 2연승을 달렸다. A조에서 16강 진출을 사실상 확정했다. 러시아는 2경기에서 8골을 터뜨렸는데, 그중 3골을 넣은 데니스 체리셰프(28)는 득점왕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AP는 “웃음거리가 될 뻔했던 러시아 축구대표팀이 1주일 만에 영웅으로 떠올랐다”며 “거리마다 춤을 추고, 자동차 경적을 울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수도 모스크바 시내 도로는 깃발을 흔드는 러시아 팬들이 가득 차 꽉 막혔다”고 전했다. 러시아 기자들은 스타니슬라프 체르체소프(55) 감독을 향해 “그동안 속여왔던 거냐”고 농담 섞인 질문을 건네기도 했다. 체르체소프 감독은 “8골을 넣었다고 우승하는 건 아니다. 이제 한 걸음 나아갔다. 앞으로도 행복한 날이 계속 더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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