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5G 장비 회사 만나자 했더니…화웨이 6명 몰려오고, 삼성 느긋하게 2명 오더라”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5G 장비 20조원 시장 선점경쟁]

[화웨이]

기술·가격 앞선데다 가장 적극

정보유출 가능성이 약점

[삼성전자]

‘LTE와 호환 필요해

어쩔 수 없이 삼성제품 쓸 것’ 여유

[에릭슨·노키아]

세계시장 점유율 앞세워 분투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5G 장비 쪽 얘기를 듣고 싶어 화웨이와 삼성전자 사람들을 만나자고 했다. 화웨이는 본사 고위임원과 개발자 등 6명이 몰려와 적극적으로 설명하는데 비해, 삼성전자는 임원과 실무자 등 2명만 와 평창올림픽 5G 시범 서비스 때 사용한 기술을 표준에 넣어달라는 말만 했다. 삼성전자는 이동통신사들이 당연히 자신들 제품을 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정부 부처 직원)

차세대 이동통신(5G) 주파수 분배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이동통신사들의 5G 상용화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덩달아 향후 5년 동안 2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5G 통신망(네트워크) 장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통신장비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기술력과 가격은 물론 보안과 여론,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여러 변수가 작용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중국의 화웨이다. 세계 무선 통신장비 시장점유율 1위(28%) 업체인 화웨이는 국내 5G 장비 수주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5G 장비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우리 정부와 각 이통사에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언론 홍보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삼성전자보다 1분기 정도 기술력이 앞서고 가격도 20~30% 정도 싼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화웨이는 2013년 엘티이(LTE) 장비 때는 엘지유플러스(LGU+)에만 제한적으로 납품하는 등 좌절을 겪었지만, 이번 5G 때는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의미있는 점유율을 만들어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문제는 보안 문제와 최근 커지고 있는 중국 견제론이다.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어 장비에 도청과 정보 유출을 가능하게 하는 ‘백도어’가 숨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화웨이가 세계 170여개국에 진출했으면서 미국 시장은 뚫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서 엘티이 장비를 도입한 엘지유플러스도 미군부대 주변에는 화웨이 장비를 설치하지 못했다. 최근 커지는 중국 견제론도 화웨이에는 부담이다. 조선·자동차는 물론 스마트폰과 반도체까지 중국이 한국과 비등하거나 넘어서고 있다는 여론이 국내에 확산하면서 중국 제품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화웨이는 정면 돌파 태세다. 보안 문제에 대해서는 자국의 보안관리 시설을 외부에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고, 한국에 연구개발 시설 설립을 검토하는 등 한국 친화적 기업으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양새다. 기존 엘티이 장비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데다, 화웨이와 같은 보안 문제도 제기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5G 장비는 기존 엘티이 장비와 호환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국내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 제품을 써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삼성전자가 느긋하게 움직이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 소비자가 아닌 기업을 상대로 하는 사업 특성상 드러나게 홍보할 필요도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리도 열심히 뛰고 있다. 다만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화웨이에 대해 제기되는 보안 문제와 중국 견제론을 은근히 활용하는 모습이다.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정보가 흘러갈 수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삼성전자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화웨이에 기술력이 뒤진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5G의 주력 주파수 대역인 3.5GHz보다 더 어려운 28GHz 대역 기술을 확보한 만큼 기술에 있어 화웨이에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은 지난 2월 “경쟁사들이 안된다고 한 28GHz 대역 기술을 우리가 상용화했다”며 “큰 밸류가 있고 의미 있는 것인데 잘 몰라줘 속상하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에릭슨과 핀란드의 노키아도 국내 5G 장비 수주를 위해 애쓰고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에 크게 뒤지지만, 세계 시장점유율은 각각 27%와 23%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에릭슨은 스웨덴 회사 특유의 강한 프라이버시 보호 정책과 기술적 안정성을 앞세우고 있다. 최현준 박태우 기자 haojune@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 [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