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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돋보기안경, 온라인판매 위험"…황당한 기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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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 기득권 이젠 허물자 ① ◆

매일경제

# 지난해 정년 퇴임한 서울 소재 A여대 교수 김근자 씨(가명·66)는 최근 딸이 콘택트렌즈를 구입했던 한 해외직구 사이트를 통해 돋보기 안경을 샀다. 얼마 뒤 돋보기 안경과 콘택트렌즈 해외직구가 불법이란 사실을 안 그는 "외국에서는 다 사는데 우리나라만 왜 안 되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돋보기 같은 저도수 안경과 콘택트렌즈에 대한 온라인 판매 금지는 박근혜 정권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규제 개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안경사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쳐 김씨처럼 불법인 줄 모르고 불법을 저지르는 범법자만 양산되고 있다.

# 경남 양산에 사는 80대 문복례 할머니(가명)는 고혈압을 앓은 지 오래됐다. 한 달에 한 번 똑같은 진료를 받으러 노구를 이끌고 버스를 타고 병원에 가는 게 큰 고역이다. 만성질환은 간단한 전자기기로 측정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의사에게 정보가 전달돼 집에 앉아서도 진료가 가능한 원격진료 기술이 이미 개발돼 있다. 하지만 2002년 의료법상 '의사-의료인' 간 원격진료가 허용된 이후 16년 동안 의사들 반대로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는 시범사업을 넘어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안경 온라인 판매와 원격진료는 후진국들도 대부분 허용하고 있다. 유독 한국에서만 '안 되는' 배경에는 규제로 쌓은 진입장벽 뒤에서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 단체가 있다. 안경사들과 의사들은 '환자들을 직접 봐야 오진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는 근거로 반대하고 있다. 쌍둥이처럼 닮은 의료기사법의 '대면 판매'와 의료법상 '대면 진료' 원칙이 이들의 가장 큰 무기다.

게다가 '내 임기 동안만 문제없으면 된다'는 공무원들은 규제를 푸는 변화를 원하지 않고, 표 떨어질까 무서운 국회의원들은 소비자 편익과 서비스 산업 발전은 생각하지 않고 기득권의 단체행동만 무서워하고 있다. 이른바 규제 기득권을 둘러싼 '침묵의 카르텔'이 점점 한국의 미래 산업과 서비스 발전을 늦추고 있다.

글로벌기업가정신모니터(GEM)가 올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진입장벽 규제가 조사 대상 54개국 중 49위를 차지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진입 규제가 적은 나라 1·2위인 네덜란드와 에스토니아는 대·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도 가장 작았다. 진입 규제를 없애면서 중소·벤처기업 생산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래 세대를 위한 일자리 늘리기 차원에서 규제 기득권 타파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분석에 따르면 부가가치가 높은 의료 산업에 대한 규제 개혁이 이루어지면 최소 18만7000개에서 최대 37만4000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시영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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