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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北·中 `경협` 공동전선, 美는 심기불편…복잡해진 北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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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차 北中정상회담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회담에 이어 후속 장관급 미·북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미·북·중 외교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북한은 김 위원장 방중으로 외교전의 물꼬를 텄다. 미국은 북한과 중국 행보를 예의 주시하며 향후 북한과의 비핵화 방식 조율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북한과 중국의 밀월, 미국과 북한 간 후속 협상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각국의 전략도 복잡해지고 있다. 미·북·중 간 외교전이 복잡한 양상으로 진행되면서 미·북 회담 본래 목적인 북한의 비핵화가 희석될 가능성에 대한 염려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미·북정상회담 일주일 만에 중국을 방문해 미국과의 후속 협상에 대비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향후 미국과의 비핵화 후속 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이려 하는 것이다.

보니 글레이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담당 선임연구원은 19일(현지시간) ABC방송과 인터뷰하면서 "북한은 미국과 비핵화 및 안전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세부사항 협상을 준비하는 가운데 제재 완화와 중국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 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현재의 제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중국은 미·북정상회담 직후 제재를 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현재 북한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으로 균형외교를 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이번 김정은의 방중은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 논의를 앞두고 중국을 아군으로 끌어들여 대미 협상력을 높이면서 중국을 통해 대북 제재 완화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해석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이날 CNN방송에서 "중국은 오랜 목표였던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합의한 것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며 "이번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이런 중대한 양보를 얻어낸 것에 대해 중국이 김 위원장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김 위원장의 방중이 포스트 미·북정상회담 국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후속 조치에 대비하고 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 당국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지난주 미·북정상회담의 약속과 합의를 따르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중정상회담을 예의 주시하면서 미국도 북한과 직접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그러나 미·북 협상 국면에 중국이 다시 등장하면서 2020년 주요 비핵화 완성 시간표 달성을 목표로 속도전을 추구하는 미국으로서는 비핵화 방정식이 한층 복잡해질 수 있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김 위원장의 재방중 이후 대미 관계가 급랭했을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태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두 번째 만난 뒤 달라졌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 이유로 시 주석을 지목해 북·중 간 밀착 관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표출해 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김정은 또 방중, 트럼프의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김정은의 이번 방문은 동아시아 외교 중심에 놓여 있는 베이징의 위상과 중국의 평양에 대한 영향력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시 주석으로부터 '단계별 경제 지원'에 대한 제안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1단계 지원 방안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닌 분야에서 중국의 측면 지원을 받는 것이다. 북한은 중국이 북·중 국경의 감시를 느슨하게 푸는 것으로 도움을 받고 나아가 중국을 통해 대북 제재 완화 목소리를 국제사회를 향해 높이면서 경제적 숨통을 트려 하고 있다.

다음 단계는 북·중 경제협력의 가속화다. 북한이 미국과 합의한 대로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면서 개방에 속도를 낼 경우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는 것과 함께 본격적인 북·중 경협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3단계는 북·중 간 새로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으면서 점차 경제공동체로 나아가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북·중은 우호 관계에서 '새로운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며 "북·중 협력의 공간은 무척 넓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북한과의 경협을 시작으로 대북 경제 영향력을 키운 뒤 북한을 점차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으려는 속셈인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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