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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공지영 작가를 고소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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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광주전남 지역의 유일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곽예남 할머니가 20일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곽 할머니는 조카 이관로 씨와 함께 지난해 11월 고소한 공지영 작가에 대해 검찰의 빠른 수사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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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전남 지역 유일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곽예남(93) 할머니가 공지영 작가(55)를 비판하며 검찰의 빠른 수사를 촉구했다. 곽 할머니의 조카 이관로(62)씨는 “공 작가가 곽 할머니에 대한 허위사실을 퍼뜨리고 ‘성기봉침’이라는 댓글까지 달았다”며 “어떻게 위안부 할머니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강조했다. 곽 할머니와 이씨는 지난해 11월 초 공 작가를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사연은 다음과 같다. 곽 할머니와 조카 이씨는 지난해 2월쯤 이민주 목사와 인연을 맺게 됐다. 이 목사는 곽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듣고 곽 할머니를 위한 새로운 보금자리 지원을 약속했다. 그동안 비닐하우스 가건물에 곽 할머니를 모셔온 이씨는 이 목사가 고마웠다. 그로부터 1년 후 이민주 목사에 대한 ‘봉침 논란’이 불거졌다. 이 목사는 남성 정치인을 상대로 한 봉침 시술과 아동학대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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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지역 일본군 위안부 마지막 생존자인 곽예남 할머니(오른쪽)와 조카인 이관로씨가 20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위안부 모금과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한 공지영 작가에 대한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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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공지영 작가가 가세했다. 곽 할머니의 조카 이씨는 공 작가가 이민주 목사를 비판하다 자신들을 향해 화살을 돌렸다고 주장한다. 이씨는 “공 작가가 페이스북에 ‘이씨가 고급 수입차를 타고 다닌다’‘광주전남 시민에게 성금을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곽 할머니가 혈관 주사를 맞으면서 몸에 멍이 든 것이 자신의 폭행 때문이라는 누명을 썼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곽 할머니와 함께 연 기자회견에서 “단지 이 목사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를 공격하는 것 같다”“저는 수입차를 타거나 성금을 받은 적이 없으며 이 목사로부터 도움을 받았을 뿐이다”고 말했다. 또 “특히 억울하고 분한 것은 공 작가가 제 페이스북의 곽 할머니 관련 게시물에 ‘성기봉침’ 댓글을 단 것”이라며 “어떻게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상대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느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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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가 4월 3일 오전 전북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시가 특정 사회복지시설 운영을 도와준 정황이 드러났다고 말하고 있다. 전주시는 이러한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며 지난달 28일 검찰에 공 작가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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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공 작가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며 (공 작가의) 이런 주장이 탐사보도프로그램에까지 등장하자 공 작가를 고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회견에 대해 광주지역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이씨가 이 목사와 함께 공 작가를 비난하고자 곽 할머니를 앞세운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지난해부터 이 사안을 지켜봤는데 공 작가는 이 목사 실체를 세상에 드러내기까지 고군분투한 사람”이라며 “그 과정에서 일부 표현에 문제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진정 곽 할머니의 명예를 지키는 방법이 무엇인지 조카 이씨가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곽 할머니와 이씨가 공 작가를 상대로 제기한 고소는 하나의 사건으로 병합돼 현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계류 중이다.

곽 할머니는 태평양전쟁이 막바지에 접어든 1944년 봄 만 열아홉 살 나이로 일본군 성노예인 위안부로 끌려갔다. 중국에서 60여년을 살다가 우여곡절 끝에 2004년 귀국했고 2015년 12월 폐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집에서 죽고 싶다’는 곽 할머니를 요양원에서 전남 담양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모셔와 컨테이너 가건물에 곽 할머니를 모셔왔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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