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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시들어 바꿨더니 또···'홍준표 나무'의 얄궂은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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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경남도청 앞에는 ‘홍준표 나무’가 있다. 경남도청 정문 화단에 심어진 ‘주목’으로, 다른 나무들과 달리 누렇게 변해 시들고 있다. 요즘 이 나무 때문에 도청이 시끌하다. 시민단체가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도청에 심은 ‘채무 제로 나무’를 뽑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지난해 9월 5일 오전 경남도청 정문에 심어진 채무제로 기념 나무 앞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나무의 철거를 요구하는 팻말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 속 팻말에는 "채무제로 허깨비는 도민의 피땀이라 (중략) 홍준표산 적폐잔재 청산요구 드높도다"라고 적혀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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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와열린사회희망연대는 19일 경남도청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남겨놓은 적폐는 반드시 청산돼야 할 것이다. 그중 하나가 경남도청 정문에서 시들어가는 채무 제로 기념식수”라며 “채무제로 나무 정리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2016년 6월1일 경남도는 “홍준표 지사 취임 이후 3년 6개월 만에 1조3488억원에 이르던 경남도 빚을 모두 다 갚았다”며 ‘채무 제로 선포식’을 열고, 이를 기념해 도청 들머리에 풋사과가 주렁주렁 달린 20년생 사과나무(홍로) 한그루를 심었다.

당시 홍준표 지사는 “서애 류성룡 선생은 임진왜란 뒤 징비록을 썼다. 사과나무가 징비록이 되어, 채무에 대한 경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누가 도지사로 오든지 사과나무를 보면 빚을 낼 엄두를 못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도는 사과나무가 죽자 경남도는 같은 해 10월 40년생 주목으로 바꿔 심었다. 그러나 이마저 말라죽자 지난해 4월 3번째로 교체했다. 지난해 새로 심은 주목도 잎이 누렇게 뜬 채 영양제를 꽂고 있다.

김영만 적폐청산경남운동본부 상임의장도 "'채무 제로 나무'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다. 도지사가 기념식수를 할 수 있지만, 황당한 치적을 내세우며 경남도민의 꿈과 희망을 표현한 '낙도의 탑' 앞을 가리고 있다"며 "새 도지사가 화합, 협치를 말하며 넘어가 버리면 결코 안 된다. 새 도정이 들어서면서 나무를 제거하지 못하면, 도민의 저항이 거셀 것"이라고 강조했다.

적폐청산와열린사회희망연대는기회견문에서 라며 "홍준표 전 지사가 자신의 치적으로 자랑하는 채무 제로는 경남도민의 고통과 눈물로 만들어졌다. 무상급식 중단으로 아이들의 밥을 빼앗고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 폐쇄, 시·군 보조금 삭감 등을 전용해 만든 것"이라고 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기념수가 죽기 일보 직전으로 되살리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새 도지사 취임 전에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6·13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홍준표(64·사법연수원 14기)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19일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에 개업 신고서를 제출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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