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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트럼프가 곧 파괴될 것이라 장담한 北 미사일 시험장은…“여전히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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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북한 서해 동창리 미사일 기지. [사진 38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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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하나 둘씩 후속조치를 밟아가는 데 비해 북한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느리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후 밝힌 대로 한ㆍ미 연합 군사훈련을 유예했다. 그러나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한 미사일 시험장 폐기는 감감무소식이다.

정부 소식통은 19일 “북한의 미사일 시험장과 관련해 특별한 동향이 아직 파악된 게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평북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장(서해 위성발사장)을 건설했다. 지난해 3월 18일 이곳에서 ‘백두산 엔진’라 불리는 신형 미사일 엔진 연소 실험이 성공하자 이를 지켜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개발자를 현장에서 업어줬다. 이 엔진은 북한의 주력 장거리 미사일에 탑재된다. 미국을 타격할 수 있다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미사일 화성-15형, 중거리탄도미사일급(IRBM)인 화성-14형과 화성-12형 등의 엔진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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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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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3월 5일 방북해 김정은으로부터 “어떠한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자제할 것을 약속한다”는 발언을 들었다. 그즈음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은 이상징후가 전혀 없었고, 파괴작업을 준비하는 모습도 포착되지 않았다는 게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은 북한이 이미 미사일 엔진 실험장을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의문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서명 이후 내가 직접 들은 내용”이라며 “미사일 테스트를 계속하고 있었는데 그 시험장을 곧 파괴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의 ABC와의 인터뷰에선 “그들(북한)은 앞으로 며칠 내에 다른 미사일 실험장에 관해 얘기할 것이다. 그들은 시험장들을 제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후로 일주일이 지났지만 북한에선 미사일 실험장과 관련해서 발표도 없고 동향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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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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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미국 언론들은 19일 북한이 6ㆍ25 전쟁 때 실종된 미군 유해를 송환하는 절차를 곧 시작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최대 200구라는 보도도 나온다. 6.25 전쟁 당시 숨지거나 실종된 미군 유해 송환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합의 사항 중 하나다. 미국의 한ㆍ미 연합훈련 유예 카드에 북한이 유해 송환으로 화답한 모양새다.

북한은 그동안 비핵화 방식을 놓고 단계별, 동시적 원칙을 주장했다. ‘행동 대 행동’에 기반을 둬 북한이 하나의 조처를 취하면 미국이 그에 따른 보상을 한다는 식이다. 반면 미국은 일괄타결 방식을 요구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지금까지 북한의 비핵화 이행과정과 절차가 상당히 더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까지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겠다고 장담했는데 전반적으로 늦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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