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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태국 총선 또 연기될 듯…군부, "국왕 대관식부터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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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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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군부 통치 4년을 넘긴 태국에서 민정 회복을 위한 총선이 또 다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군부 최고지도자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총선에 앞서 국왕 대관식부터 진행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하며 내년 2월로 예정됐던 총선일정도 불투명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쁘라윳 총리는 19일 방콕 총리관저에서 열린 정례기자회견에서 "정치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전제한 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대관식 준비"라고 밝혔다. 그는 '총선이 대관식 전이냐 후냐'는 질문에 "후"라고 짧게 답변한 후 회견장을 떠났다. 이는 태국 군부가 선거일정을 또 다시 연기하겠다는 의미라고 현지언론들은 평가했다.

통상 국왕 대관식 준비에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조기총선은 물 건너간 셈이다. 내년 2월 총선을 준비하기에도 빠듯하다. 당초 쁘라윳 총리는 오는 11월에 총선을 치르겠다고 약속했으나, 최근 군부 주도의 국가입법회의(NLA)가 정부조직법 입법 과정을 지연시키며 내년 2월로 미룬 상태다. 이에 태국의 정치·시민단체와 학생 등은 11월 조기총선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또 다른 군부 관계자는 "대관식 시기는 모른다"며 "국왕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친인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 서거 후 한달여만인 2016년12월 왕위를 물려받은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은 아직 국내외 인사를 초청해 치러지는 공식적인 대관식을 진행하지 않았다.

총선 연기가 국왕의 판단에 따라 이뤄지게 되면 반 군부파가 반발할 수 없는 이유로도 작용한다. 태국에서는 왕실 모독죄(불경죄) 인해 건당 최고 징역 15년을 선고받을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방콕발 기사에서 "60여년만의 대관식은 거국적인 축하행사가 될 것"이라며 "왕실이 중요시되는 태국에서 대관식 준비와 총선준비가 동시에 진행되긴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태국군부는 2014년 5월 정치적 분열과 혼란 등을 이유로 쿠데타를 일으켰으나, 이후 개혁과 부패청산 등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민정 이양시기를 계속 늦추며 비판받고 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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