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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SW 상트 이슈] 신태용 감독, '구상' 좋았지만 '기본'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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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권영준 기자] ‘높이’에 얽매어 가장 중요한 것을 잊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어차피 3패’라는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월드컵의 모든 것을 걸었던 스웨덴과의 첫 맞대결에서 고개를 숙였다.

대표팀은 지난 18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치른 스웨덴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통한의 페널티킥을 내주며 0-1로 패했다. 신태용 감독은 “스웨덴전에 ‘올인’했다”고 강조할 만큼 사활을 걸었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멕시코, 독일과의 맞대결이 남았지만 기적을 바라야 할 만큼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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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감독은 스웨덴전을 앞두고 강력한 정보전을 펼쳤다. 트릭 논란이 일어났고, 스파이라는 단어가 공식 기자회견에서 쏟아져 나왔다. 경기 당일 김신욱을 최전방 스트라이커에 배치하고 손흥민을 측면에, 미드필더 기성용을 포어 리베로로 활용했다.

물론 구상은 좋았다. 상대 높이에 대응하기 위해 김신욱 카드를 썼고 손흥민을 원래 포지션인 왼쪽 측면에 배치했다. 4-3-3 포메이션 역시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일 뿐, 실제로는 변형 스리백이었다. 기성용이 수비진까지 내려와 포어 리베로 역할을 했고 실제 포메이션은 3-4-3이었다. 이에 기성용이 내려서서 빠진 자리엔 공격 전개가 좋은 구자철을 투입해 역습을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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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정확하게 스웨덴 맞춤 전술이다. 그런데 신 감독은 가장 중요한 것을 놓쳤다. 바로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애초 신 감독은 손흥민을 최전방에 배치해 역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노렸고 포백 수비 라인을 유지하면서 좌우 미드필더의 왕성한 활동량으로 공수 밸런스를 유지하는 전술을 연구했다. 그렇게 또 훈련했다.

하지만 스웨덴의 높이에 사로잡혀 우리가 준비했고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양보했다. 손흥민이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역습의 강점은 사라졌다. 기성용이 수비 쪽으로 치우치자 빌드업에 불협화음에 생겼고 기대했던 구자철은 볼 배급 부분에서 극도로 부진했다. 이유는 어색했기 때문이다. 비공개 훈련을 했다고 해도 실전에서 손발은 맞춘 적이 없었다. 신 감독 본인 스스로 “훈련과 실전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했다. 스웨덴의 높이 축구에 발목이 잡혀 가장 중요한 것을 잃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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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멕시코는 강력한 전방 압박을 통한 역습으로 ‘전차군단’ 독일을 잡았다. 이 경기를 통해 멕시코의 약점을 파악해 맞춤형 전술을 구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리가 잘할 수 있고 준비한 것들을 선보이는 게 우선이다. 후회없이 모든 것을 쏟고 패한 것과 어정쩡한 전술 시도로 아쉬움이 남는 패배는 전혀 다르다. 한국은 이제 물러설 곳이 없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명백하게 열세하면, 질 때 지더라도 후회 없이 우리 플레이를 하는 것이 오히려 탈출구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사진=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 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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