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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윤정환의 J사커]'니시노 체제 2개월' 일본이 콜롬비아를 꺾은 원동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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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일본 대표팀 감독 부임 2개월 만에 월드컵 조별리그 첫 승을 견인한 니시노 아키라 감독. 캡처 | 일본축구협회 홈페이지 캡쳐



[스포츠서울] 모두가 알다시피 일본 축구대표팀은 월드컵 2개월을 남겨두고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 경질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내가 감독으로 있는 세레소 오사카 일부 선수를 국가대표팀에 중용하면서 종종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유럽이나 남미 출신 지도자 중 다수가 자신의 축구 철학을 선수에게 강하게 주입하려는 경향이 있다. 할릴호지치 전 감독은 워낙 다혈질 성격으로 일본에 오기 전에도 구단, 각국 축구협회, 선수단과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고 들었다. 일본 특유의 정서상 선수들이 그의 지도 방식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웠던 것 같다. 특히 팀의 주축이었던 혼다 게이스케나 가가와 신지 등 개성 강한 유럽파 선수들이 할릴호지치 감독과 맞지 않아 대표팀에서 자취를 감추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결국 상황을 주시하던 일본축구협회는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일본 스타일을 최대한 살리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선택한 카드가 기술위원장을 맡았던 니시노 아키라다.

니시노 감독은 지난 2015년 말 나고야 그램퍼스 지휘봉을 놓은 뒤 오랜 기간 현장 지도자 생활을 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3년이란 공백을 당장 월드컵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메울 수 있겠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다. 그러나 일본이 19일(한국시간) 모르도비아 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콜롬비아와 경기에서 2-1로 신승하면서 니시노 카드가 통했음을 증명했다. 전날 우리나라가 아쉽게 스웨덴에 패하는 경기를 봤기에 배 아프면서도 일본은 왜 성공했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이 월드컵으로 가는 길에 여러 논란에 휘말렸듯 일본도 마찬가지다. 할릴호지치를 경질한 게 최선의 선택이었느냐는 얘기가 꾸준히 나돌았다. 끝내 니시노 출범 이후 첫 경기였던 지난달 30일 가나와 출정식에서 일본이 0-2 완패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에 러시아 입성 전 스위스전 0-2 패배 등 본선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졌다. 그러나 최종 평가전으로 치른 파라과이전에서 4-2로 이기면서 분위기 반전에 디딤돌을 놓았다. 콜롬비아전에서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 물론 콜롬비아의 카를로스 산체스가 킥오프 2분56초 만에 퇴장하면서 일본에 행운이 안긴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과정 자체가 일본의 실력으로 만든 것이고, 수적 우위를 90분 안에 살려낸 건 칭찬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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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가와 신지가 콜롬비아와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전반 6분 페널티킥 선제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캡처 | 러시아월드컵 공식 트위터



일본이 한국과 달랐던 건 경기에 집중하고 헌신하는 마음은 같았지만, 자신감과 적극성의 차이다. 한국이 스웨덴전 초반 10분을 공격적으로 나섰는데, 일본은 경기 내내 지속했다. 특유의 볼 키핑이 안정적이었고, 공수 전환 속도가 빨랐다. 그건 선수 한 명, 한명 자신감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경기 후 선수 인터뷰를 보니 승리 원동력으로 ‘소통’을 꼽았다. 니시노 감독 체재에서 주력 유럽파가 대표팀에 많이 복귀했다. 콜롬비아전 선발 11명 중 10명이 해외리그에서 활약하는 경험 많은 선수였다. 이들은 니시노 감독 신뢰 속에서 국가대표로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뛰었을 것이다. 니시노 감독이 유럽파 등을 이르게 팀에 녹아들 게 할 수 있었던 건 기술위원장을 할 때도 선수 파악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대표팀이 A매치가 끝날 때면 유럽을 돌아다니면서 선수를 직접 점검했다고 한다. 그런 게 감독직을 바로 수행하는 데 플러스가 됐을 것이고, 선수들의 신뢰를 끌어냈을 것이다. 콜롬비아전에서 눈여겨볼 건 혼다 게이스케를 선발진에서 제외한 점이다. 혼다는 할릴호지치 전 감독 시절 자신을 중용하지 않은 것에 불만을 표시하는 등 갈등이 있었다. 니시노 감독은 미리 혼다와 깊은 대화를 통해 콜롬비아전 역할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가와가 선발로 뛰면서 콜롬비아 수비를 지치게 한 뒤 후반 조커로 혼다를 기용하기로 한 것이다.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혼다는 후반 25분 가가와 대신 조커로 투입돼, 3분 만에 오사카 유야의 헤딩 결승골을 도왔다.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신뢰를 얻어 투쟁심까지 갖추게 하는 니시노의 힘이 남은 조별리그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세레소 오사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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