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드라이버가 쇼?' 한국여자프로골프에선 '장타가 돈'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상금랭킹 10위 이내에 8명이 장타자…OB 말뚝 90% 감소도 원인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드라이버는 쇼, 퍼트는 돈'

프로 골프 무대에서 오랫동안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격언이다.

호쾌한 드라이버샷이 보기에 좋을지 몰라도 결국 상금이 걸린 순위는 퍼트에서 갈린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는 드라이버가 돈이다.

20일 현재 상금랭킹 10걸 가운데 8명은 KLPGA투어에서 손꼽는 장타자들이다.

특히 상금랭킹 1∼5위는 장타자들도 채웠다.

한국여자오픈을 제패하고 상금, 대상 포인트 1위를 꿰찬 오지현(22)은 내로라하는 최정상급 장타자라고 하기에는 다소 모자라지만 평균 255야드는 힘들이지 않고 보내는 장타력을 지녔다.

장타 순위 13위(평균 253.17야드)를 달리는 오지현은 비거리와 드라이버샷 페어웨이 안착률을 합쳐서 따지는 드라이빙 지수에서 3위에 오를 만큼 드라이버를 능숙하게 다룬다.

상금랭킹 2위 장하나(26), 3위 최혜진(19), 4위 김아림(23), 5위 이다연(21)은 KLPGA투어의 대표적인 장타자들이다.

장하나는 장타순위 8위(256.9야드)를 달리는 강력한 드라이버 덕에 이번 시즌에 맨먼저 2승 고지를 점령하고 한동안 상금, 대상 1위를 달렸다.

장타 2위(261.7야드)에 오른 슈퍼루키 최혜진은 정교하면서도 멀리 날아가는 드라이버샷이 장기다.

김아림은 미국에 진출한 박성현(24)을 연상시키는 폭발적인 장타력이 단연 돋보인다. 김아림은 올해 장타 순위 1위(263야드)를 굳게 지키고 있다.

157㎝의 작은 키에도 평균 260.1야드의 장타를 펑펑 날리는 이다연 역시 장타력을 앞세워 올해 개인 통산 두 번째 우승을 따냈다.

상금랭킹 8∼10위에 나란히 자리 잡은 김지영(22), 인주연(21), 이소영(21)도 탄탄한 하체를 바탕으로 한 빠르고 강한 스윙을 만들어내는 장타력이 주 무기다.

김지영은 장타 6위, 인주연은 7위, 이소영은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장타자가 아니면서도 상금랭킹 10위 이내에 진입한 선수는 '퍼트 달인' 이승현(27)과 경기 운영에 강약 조절이 능숙한 조정민(23) 둘 뿐이다.

KLPGA투어에서 장타자들이 이렇게 상금랭킹 상위권을 휩쓴 것은 전에 없는 새로운 현상이다.

지난해 상금랭킹 10걸 가운데 장타자로 분류되는 선수는 오지현, 박지영(22), 김민선(23) 정도였다.

장타보다는 정교한 샷과 그린 플레이, 실수 없는 경기 운영을 앞세운 이정은(22), 김지현(27), 고진영(23), 김해림(29), 김지현2(27), 이승현(27), 배선우(23) 가 두드러진 성적을 냈다.

'역대급 장타자' 박성현이 투어를 휩쓴 2016년에도 김민선을 빼면 상금 10위 이내에 장타자의 이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올해 KLPGA투어에 장타자 전성시대가 활짝 열린 데는 여러 가지 까닭이 있지만, 무엇보다 코스 세팅의 변화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KLPGA투어도 최근 2년 동안 코스 전장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330∼360야드 짜리 파4홀은 이제 KLPGA투어 대회에서는 보기가 힘들다. 코스가 길어지면서 장타자가 아니면 버디 기회를 많이 만들지 못하게 됐다.

6천898야드 코스에서 치른 한국여자오픈에 출전한 세계랭킹 1위 박인비(30)는 "긴 클럽으로 그린을 공략하니 아무래도 버디 기회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 주요한 변화는 OB 말뚝 제거다.

KLPGA투어는 작년부터 OB 말뚝 없는 대회를 지향했다. 올해는 웬만하면 OB 말뚝을 대부분 없애고 경기를 치른다.

최진하 경기위원장은 "선수 안전사고 우려가 있거나 남의 땅이면 몰라도 대부분 OB 말뚝은 없앤다"면서 "2년 전과 비교하면 OB 말뚝 90%를 제거했다"라고 밝혔다.

OB 말뚝은 장타자의 장타 본능을 억누른다. 티박스에 올라섰을 때 흰색 OB 말뚝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위축된다는 선수가 한둘이 아니다.

최 위원장은 "OB 말뚝 제거가 장타자의 득세 현상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정밀하게 조사해보지는 않았지만 심리적으로는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hoo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