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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보험사 "인정 못하면, 분쟁 하셔야죠…"유독 인색한 암보험금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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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폭발 부른 암보험금③] 두 얼굴의 보험사

가입 전에는 "고객님" 보험금 요청하면 "기다려라"

암보험, 다른 보험보다 보험금 받기 5배나 어려워

CBS노컷뉴스 홍영선 기자

[편집자주] 암환자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보험사에 암 치료를 위한 입원비를 청구하니 '암에 대한 직접 치료'가 아니기 때문에 보험금을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금감원에 민원을 넣었더니, 보험금 지급 결정 권한이 없다고 책임을 전가했다. 결국 돈을 받아내기 위한 방법은 소송 뿐이라는 말과 함께. 암에 걸린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보험사와 금융감독원과 싸우려니 '두 번' 죽는 꼴이라고 분노했다. 금감원 앞에서 6차례 시위를 벌였고, 이제 곧 광화문으로 나갈 예정이다. CBS노컷뉴스는 암환자를 두 번 울리는 보험사, 금감원, 암보험 약관 문제 등에 대해 차례대로 짚어본다.

민원 폭발 부른 암보험금
① 보험회사 '기만'에 암환자들 '분노'
② 암보험 가입할 때, '암에 대한 직접 치료' 본 적 있나요?"
③ 두 얼굴의 보험사…가입 전에는 "고객님" 보험금 요청하면 "기다려라"
(계속)


2014년 유방암 수술을 한 뒤 통원치료를 하다가 2017년 암이 재발해 수술을 하고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A씨와 S생명 관계자와의 올해 3월 12일, 3월 23일 실제 전화통화 녹취록이다. CBS노컷뉴스는 A씨가 제보한 전화통화 녹음을 그대로 문자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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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A씨: 항암 치료 이후에 걷지도 못해서 보험사 분이 오셔서 면담할 때도 겨우 내려가는 거 보셨을 거에요.

◆S생명 관계자: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접수를 하더라도 거기서 기각이라고 암 입원비 지급 안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지급 거부하는 거에요. 엄청나게 많은 유사 사례와 판례를 검토해서 말씀 드리는거에요.
회사에서 이 정도(50%)까지 지급할 수 있다고 하는데도 민원을 접수하면 오히려 고객님이 손해에요.

◇A씨: 실사 나왔을 때는 그런 얘기 안했잖아요.

◆S생명: 고객님이 일부 지급 받고 종결하던지 알아보시고 결정하세요.

◇A씨: 수술도 힘들지만, 항암 치료가 정말 힘들어요.

◆S생명: 확인하고 연락 드릴거에요.

◇A씨: 왜 요양병원에서 받는 항암 치료가 직접적 치료가 아니라고 하는건가요? 그럼 직접 치료가 뭔가요?

◆S생명: 판사들도 말했잖아요. 네이버 찾아보면 다 나오고요. 요양병원 암 입원이 직접 치료라고 주장하는 건 고객님 생각이고요. 회사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거고요. 중재기관인 감독원이 보험사가 말하는게 맞다고 하는 거잖아요. 그걸 이해 못한다고 하시면 고객님도 분쟁 들어가셔야죠.

(금감원에 민원 넣은 후 통화)

◇ 암환자 A씨: 연락이 없으셔서 전화 드렸어요. 말씀을 해주셔야죠.

◆S생명: 그걸 저한테 따지실 필요가 없잖아요. 어차피 고객님이 금감원에 민원 넣었잖아요. 민원 넣으셨으니 기다려보시면 알 거에요.

◇A씨: 나는 보험사에 보험을 들었잖아요.

◆S생명: 저희 말 안 듣고 금감원에 민원 넣었잖아요.
보험회사는 00용인병원 입원하는 게 암 입원 아니라고 하는거에요. 암에 대한 직접 치료가 아니라 보험금을 줄 수 없다는 거에요.

◇A씨: 회사선 그렇게 인정하는거에요? 저 같은 경우 대학병원에서 소견서도 써줬잖아요. 그거 보신거에요?

◆S생명: 상태 보고 일부 지급한다고 했는데 거절했잖아요. 원래는 지급 안되는건데 일부 지급까지 검토 가능하다고 했는데도 거부해서 민원 넣었으니까 금감원 민원 결과 받아보시라고요. 저 이제 다른 고객과 면담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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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처럼 암보험 상품에 가입만 하면 암진단비는 물론 입원비까지 보장해준다는 말에 수십년 간 보험료를 냈지만, 정작 암 치료 입원비 등을 청구하면 약관을 핑계로 보험금을 미지급하는 보험사들의 행태에 암환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A씨는 "보험회사가 얘기한대로 내가 안 받아야 할 걸 받고 있나 원래 계약한 증권 등을 살펴봤다. 그런게 없고 당연히 내가 받아야 할 걸 보험사에서 안주고 있었다"며 "보험회사는 다른 사람의 판례를 부지급 근거로 삼는데, 그건 그 사람의 경우에 대한 재판 결과가 나온 거고 나는 다르지 않느냐. 내가 엄연히 암을 치료하기 위해 요양병원에 입원한거지 할 일 없이 들어왔겠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암보험과 관련해서 보험사들이 지급 거부한 보험금 금액은 상당하다. 암의 진단 등을 주된 담보로 하는 주계약암보험상품(생명보험사)과 암 담보를 기본계약으로 하는 보험상품(손해보험사)을 판매하는 23개 생보사와 13개사의 손보사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지급 거부된 암보험금은 7375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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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로 살펴보면, △2013년 1271억원 △2014년 1451억원 △2015년 1433억원 △2016년 1540억원 △2017년 1680억원으로, 연평균 1475억원에 이른다.

암보험 관련 부지급률도 전체보험금의 부지급률보다 높다. 부지급률은 보험금 청구 건수 대비 미지급건수 비율을 뜻한다. 연도별로 △2013년 5.20%, △2014년 5.65%, △2015년 5.50%, △2016년 5.20%, 2017년 △6.04%다. 최근 5년 평균 암보험 부지급률은 5.53%다.

최근 5년 평균 암보험 부지급률이 최근 5년 평균 전체 보험 부지급률인 1.12%보다 5배나 높은 수치다. 보험사들이 암보험금 지급에 대해 유독 인색하다는 말인 동시에, 다른 보험금보다도 암보험금을 받기가 특히 힘들다는 뜻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암보험은 암진단비, 암수술비, 암입원비 등 다양한 부분의 보장들로 이뤄진다. 다른 부분은 비교적 명확할 수 있는데 암입원비 지급과 관련해선 '암 직접 치료'라는 문구의 해석 때문에 분쟁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보험사들이 암보험의 경우 과거 무차별적으로 온·오프라인으로 팔면서 모든 걸 줄 수 있는양 말하며 가입을 유도했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다른 보험보다 부지급률도 높게 나오고 민원 건수도 굉장히 많다. 보험사들 자신들의 이익 확보만을 위해 암보험을 팔고 보험금을 지급할 때는 규정 이상의 잣대를 적용하다보니 생긴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실제 민원이 다수 발생하고 있는 암보험과 관련해서 보험사가 보험금을 쉽게 주지 않는다는 것이 수치로 증명된 셈"이라며 "모호한 약관을 핑계로 보험사가 지급거부를 한 금액들은 결국 보험사의 수익이 되는 것인데 이를 보험이용자들이 얼마나 납득할 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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