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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제주 예멘 난민에 인도적 대우…추가 입국은 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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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법무부·제주도·경찰, 합동 기자회견 통해 대책 발표

인도적 지원·일자리 알선 등 계획적으로 대응키로

생계비 지원 까다롭고 지금까지 한 푼도 지원 없어

“예멘인에 혐오 적다. 평화 인권의 섬 제주의 기준점”



한겨레

18일 제주시 용담동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열린 예멘 난민 신청자들을 위한 취업설명회에서 예멘인들이 사회자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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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예멘 난민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불거지자, 제주도의 관련 기관들이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대책을 발표했다. 관련 기관들은 난민 인정을 신청한 예멘인들을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대우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으로서의 국제적 책임과 한국 사회 내부 통합 차원에서 신중한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와 김도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 장한주 제주경찰청 외사과장은 19일 오전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내에서 처음 일어난 국제 집단 난민 문제와 관련해 공동으로 인도주의적 차원의 대응과 함께 도민 안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처한 입장을 고려해 인도적 차원에서 구직 활동을 허가했다. 원래는 난민 신청 뒤 6개월이 지나야 일할 수 있지만 조기 취업을 허용한 것이다. 또 예멘 난민 신청자들에 대해 난민협약과 난민법에 따라 난민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 지난 4월30일부터 예멘 난민들의 육지 이동을 금지했지만, 질병이나 임신, 영유아 동반 등 인도적 사유가 있으면 이동 제한 해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그동안 영유아를 동반한 예멘인 등 5명을 육지로 이동할 수있게 허용했다. 그러나 예멘 난민들의 무비자 입국은 지난 1일부터 금지된 상황이어서 예멘 난민 추가 입국 가능성이 없는 상태다.

제주도는 취업을 못 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 대해 자원봉사 단체를 통해 생활을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수술이나 입원 등 긴급 의료와 숙소 등이 필요한 경우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예비비를 활용하기로 했다. 관광 목적의 무비자 제도가 갑작스러운 난민 유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방지 장치도 마련할 계획이다. 경찰은 난민에 대한 도민들의 우려와 관련해서는 난민 신청자 숙소 주변과 유흥가 등에 대한 순찰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난민에 대한 기초적 생계 지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청장은 소셜미디어에서 난민 1인당 138만원이 지원된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김 청장은 “법무부의 난민 관련 1년 예산이 8억원밖에 안 된다. 생계비 지원도 개별 심사를 통해 하는데, 아직 제주에 체류하는 예멘인들에게 지원된 돈은 한 푼도 없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 발표에 대해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소장은 “난민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들을 명확하게 해명한 것은 잘했다. 그러나 난민들의 취업 허가, 체류 지휘, 출도(육지로 나감) 제한 등 모든 권한을 가진 법무부가 더 적극적으로 인도주의적 조처를 해야 한다. 예멘인들을 범죄자로 매도하거나 혐오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진 예멘인들이 제주도에서 체류하는 동안 잘 적응할 수 있게 지원하는 일도 시급하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지난 14일과 18일 연 취업설명회에서 각각 270명, 131명이 일자리를 찾았지만, 14일 일자리를 구한 예멘인 가운데 40여명이 일을 포기하고 돌아왔다. 이들이 어선이나 양식장에서의 어업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성인 난민네트워크 제주대책위원장은 “단기적으로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심사 이후의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심사 기간을 최대한 압축했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가장 국제적으로 개방된 제주 사회가 난민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지원할지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이미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한국도 난민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검토를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인 위원장은 “제주도의 이번 난민 문제가 끝나도 한국에서의 난민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난민을 지원하고 수용하는 실질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발발한 예멘 내전 이후 예멘인 549명이 말레이시아를 경유해 제주에 입국했고, 519명이 난민 인정을 신청했다. 현재 예멘으로 귀국했거나 다른 나라로 간 사람을 뺀 486명이 난민 인정을 받기 위해 제주에 머물고 있다. 이날 법무부는 제주도의 예멘인을 포함해 올해 1~5월 한국에 난민 인정을 신청한 외국인은 773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337명보다 132%나 늘어났다고 밝혔다.

제주/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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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인들이 18일 오전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일손을 모집하기 위해 온 시민 주위로 몰려들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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