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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英왕실 최초 동성부부 탄생···전 부인 손 잡고 결혼식장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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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의 성대한 결혼식을 치른 영국 왕실. 올 여름 또 하나의 역사적인 로열커플 탄생을 목전에 두고 있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의 친척인 아이버 마운트배튼경(55)과 그의 약혼자인 제임스 코일(56)이다. 영국 왕실 최초의 동성결혼 커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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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 첫 동성부부가 될 아이버 마운트배튼경(오른쪽)과 그의 연인 제임스 코일.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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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은 영국 남서부 데본의 한 교회에서 열린다. 엘리자베스 여왕 내외와 왕위 서열순위 10위 내 직계 왕족이 참석하지는 않는다. 영국 언론들은 "여왕의 셋째아들인 에드워드 왕자 내외가 두 사람의 결혼을 성원하고 있으며, 제임스 코일에 대해서도 매우 우호적인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에드워드 왕자의 대부인 마운트배튼 경은 어려서부터 여왕 가족과 친했다.

독일계 왕족인 마운트배튼 가문은 빅토리아 여왕의 후손이다. 그리스 왕족 출신인 엘리자베스 여왕의 남편 필립공도 가족을 잃고 영국에 정착, 그를 돌봐준 마운트배튼 가문의 성을 물려받았다. 아이버 마운트배튼경은 밀퍼드헤이븐 3대 후작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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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여왕의 셋째아들인 에드워드 왕자내외(앞줄 오른쪽)의 장녀 세례식에 참석한 아이버 마운트배튼경(뒷줄 왼쪽) 등 영국 로열패밀리. 앞줄 왼쪽이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 내외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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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언론에 양성애자임을 고백
마운트배튼경에겐 이번이 첫 결혼이 아니다. 그는 1994년 페넬로페 앤 톰슨이라는 여성과 한차례 결혼했다. 엘라(22)와 알렉산드라(20), 루이스(15) 세 딸을 낳아 길렀지만 2010년 이혼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2016년, 자신이 양성애자임을 커밍아웃 했다. 마운트배튼 경은 영국 데일리메일에 동성연인인 제임스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당시 심경을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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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버 마운트배튼 경(왼쪽)과 그의 연인 제임스 코일이 2016년 영국 데일리메일에 공개한 사진. [데일리메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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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트배튼이라는 가문 때문에 그간 나의 성 정체성을 숨긴 게 아니다. 이유는 타이밍이었다. 내가 태어나 자란 시대에 동성애란 ‘절대 밝힐 수 없는 사랑’이었다. 시대가 변했고, 사회가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받아들이게 된 것은 정말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운트배튼 경과 제임스 코일은 스위스의 한 스키 리조트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다. 제임스는 항공기 객실 서비스 디렉터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부인 손 잡고 결혼식장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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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처 페넬로페, 세 딸의 가장으로 살던 시절의 아이버 마운트배튼 경.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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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트배튼경은 “지금껏 평생 성 정체성 때문에 고민했고, 지금도 어떤 면에선 불안할 때가 있다. 여기까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처에게 이미 결혼 전 자신이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혔다고 한다. 그는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페넬로페가 이해해준 것에 감사하고 있고, 앞으로도 감사할 것”이라며 “세 딸을 낳아 기른 우리 결혼생활은 행복했다. 내 인생에서 그 어떤 후회도 없다”고 말했다.

전처인 페넬로페는 두 사람의 결혼식에 참석한다. 심지어 세 딸의 제안으로 전 남편인 마운트배튼경의 손을 이끌고 결혼식장에 입장할 예정이다.

페넬로페는 최근 영국 언론에 자신의 전 남편의 결혼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아이버(마운트배튼경) 본인은 깨닫지 못하고 있겠지만, 그는 커밍아웃 전후에 성격이 달라졌다. 이 모든 건 쾌활하고 유쾌한 제임스 덕분이다. 아이버는 예전보다 훨씬 여유로워졌고,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요리실력도 늘었다. 그를 아는 모든 사람이 ‘이렇게 행복한 아이버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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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전처 페넬로페는 "전 남편의 연인 제임스(왼쪽)를 만난지 10초 만에 친구가 됐다"며 두 사람의 결혼을 지지하고 축복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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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전처와 세 딸의 축하 속에 결혼식을 앞둔 마운트배튼 경. 그는 “한차례 가정을 꾸려본 적이 있는 나로선 결혼이 꼭 필요치 않다. 하지만 안정된 삶을 경험하지 못한 제임스를 위해 결심하게 됐다”며 “남성과 결혼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 최고의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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