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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Health] 짜고 맵게 빨리먹는 당신…속은 천천히 뒤집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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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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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 게 눈 감추듯 몇 분 만에 식사를 끝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느긋하게 점심을 먹는 사람도 거의 대부분 20분 안에 식사를 끝낸다.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즐기며 급하게 먹는 문화 때문인지 우리나라 사람은 소화기계통 질환을 흔히 앓는 편이다. 국민 5명 중 1명꼴로 소화기계통 질환을 경험하는데, 이 중 가장 흔한 게 위염이다.

내시경으로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비(非)궤양성 소화불량을 위염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위장 점막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위염이라고 말한다. 위에 염증이 생긴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진단과 치료가 비교적 간단한 급성 위염은 헬리코박터균에 처음 감염되거나 그 밖에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에 감염됐을 때 생길 수 있다. 또한 진통소염제 등 약물, 알코올 복용, 심한 화상이나 외상, 수술 등의 스트레스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급성 위염이 생기면 보통 복통, 소화불량, 구토, 트림 등 증상이 나타난다. 내시경 검사로 쉽게 진단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질환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면 기존 질병을 치료하면서 적절한 약제를 처방해 치료한다. 원인 물질이 있다면 이를 끊으면 증상이 완화된다.

만성 위염은 급성 위염과 달리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지속해서 작용해 증상이 나타난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약물, 흡연, 반복적인 알코올 섭취,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담즙이 역류하는 경우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도 위염을 불러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심기남 이대목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위염이 만성화되면 증상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위장 점막에는 감각 신경이 없어서 심한 염증이 있어도 직접적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며 "보통 소화불량, 복부의 불편함과 팽만감, 명치 부위 통증, 식욕 부진 등 증상을 호소하는데 양상이 다양해 환자 스스로 위염을 정의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평소 위 건강에 관심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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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염을 진단받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특별한 증상 없이 내시경 검사로 우연히 만성 위염을 발견한다면 대부분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환자가 특정 증상을 호소한다면 증상에 대한 치료를 우선 시도한다. 증상이 없다고 무조건 내버려두는 것은 아니다. 위암은 전체 암 중 발생률 1위를 기록하며 발병 위험이 높으므로 내시경 검사로 위염을 분류하고, 염증 정도와 원인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보통 내시경 검사를 하면 조직검사 없이 위장 점막 변화를 감별할 수 있어 조직검사를 시행하지 않지만, 만성적인 변화로 다른 질환과 감별이 어렵거나 특정한 양상의 위염으로 분류가 어려우면 조직검사를 병행한다. 만성적인 염증으로 위장 점막이 얇아져 혈관까지 자세히 관찰되는 '위축성 위염'과 위장 점막이 염증으로 장 점막처럼 변하는 '화생성 위염'은 위암의 위험 인자로 꼽히는 만큼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심 교수는 "많은 위염 환자가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않거나 가벼운 소화불량 증상 정도만 느껴 방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위장 점막 손상이 반복되면 예전 상태로 되돌리기 어려운 데다 일부 만성 위염은 암 발생률을 높이므로 1~2년 주기로 내시경검사를 받아 위염 정도를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급성 위염으로 진단받고 치료를 받을 때는 위가 휴식할 수 있도록 금식하거나 자극이 적은 식사를 한다. 필요하다면 위산분비 억제제, 위장 점막 보호제를 투여한다. 만성 위염은 원인 인자가 명확하지 않지만 위염 증상을 악화시키는 흡연, 음주, 카페인,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환자가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이를 완화하기 위한 약물을 처방한다.

식습관 개선은 예방과 치료 모두에서 중요하다. 신선한 채소 섭취를 늘리고 구운 고기보다는 삶은 고기, 신선한 음식을 먹는 것도 방법이다. 소금에 오래 절인 음식, 불에 탄 생선이나 고기, 오래된 음식은 위암 발생률을 높이므로 만성 위염 환자는 피한다. 만성 위염은 무엇보다 정기 검사가 중요하다. 위염의 원인균으로 널리 알려진 헬리코박터균을 제균하는 것은 환자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다를 수 있어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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