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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北 비핵화 조치 독려하는 ‘당근’… 상황 따라 재개 경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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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만에 중단 배경·의미 / 韓·美, 北 “군사행동 중지” 요구 수용 / ‘유예’ 단어 사용해 北 태도 예의 주시 / 2019년 키리졸브 훈련 등도 중단 가능성 / 일각 韓·美 연합작전 능력 저하 우려

세계일보

대기하는 주한미군 헬기 주한 미국 육군 소속 AH-64 아파치 공격헬기들이 19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주한미군기지 활주로에서 대기하고 있다. 평택=연합뉴스


한·미 국방부가 오는 8월 실시될 예정이었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합훈련을 일시 중단하기로 한 것은 북한이 느끼는 안보불안감을 줄여 비핵화 조치 이행을 독려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과거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북침전쟁연습으로 규정하고 줄기차게 중단을 요구했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연합훈련을 비난할 때마다 “연례적이고 방어적인 성격의 훈련”이라며 넘겼다. 경제난으로 대규모 대응 군사훈련이 어려웠던 북한으로서는 부담이 작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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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최근 한·미 연합훈련에 대응해 실시하던 탄도미사일 발사훈련까지 비핵화 조치로 중단한 북한으로선 연합훈련 중단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상대방을 자극하고 적대시하는 군사행동들을 중지하는 용단부터 내려야 한다”며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촉구한 데서도 알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 카드는 비핵화 초기 단계에서 북한에 제시할 수 있는 유용한 ‘당근’이다. 테러지원국 지정을 비롯한 대북 제재 해제는 의회 설득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한·미 연합훈련 일시 중단은 행정부 차원에서 빠르게 결정할 수 있어 북·미 정상회담 전부터 한·미 연합훈련 일시 중단을 통한 북한 비핵화 촉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미 양국은 연합훈련 일시 중단을 통해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비핵화 조치 이행과정을 예의 주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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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 세라 샌더스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북한이 선의를 갖고 행동하는 한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8월로 예정됐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샌더스 대변인의 정례 언론 브리핑 모습.


실제로 한·미 국방부가 연합훈련 일시 중단을 발표하면서 유예(suspend)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북한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뜻과 더불어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훈련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내포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서 “전쟁 게임(한·미 연합훈련)을 정지한다는 안은 내가 내놓은 것”이라며 “비핵화 협상이, 그런 일이 발생하기를 원하지 않지만 결렬되면 즉각 훈련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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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간에 비핵화 협상이 지속될 경우 UFG 훈련을 비롯해 내년 3~4월 실시될 예정인 키리졸브(KR) 훈련과 독수리(FE) 연습도 일시 중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미 양국이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UFG 훈련과 키리졸브 훈련, 독수리연습은 북한과의 전면전을 가정한 3대 연합훈련이다. UFG 훈련과 키리졸브 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되며 독수리연습은 미국 본토와 태평양 괌, 일본 오키나와 등에서 동원되는 병력과 전략무기들이 참가한다. 키리졸브 훈련과 독수리연습마저 일시 중단되면 1년 가까이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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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미 육군의 해외 기지 중 최대 규모로 알려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미 군용 차량들이 정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연합훈련 중단이 장기화되면 한·미 연합작전능력이 저하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한·미 장교들의 임지와 직책이 1~2년마다 바뀌는 상황에서 연합훈련이 오랫동안 중단되면 한반도 유사시 연합훈련 경험 부족으로 인한 의사결정 오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3대 연합훈련을 통해 한반도 방위의 근간인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매년 점검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했던 한·미 작전계획 수정 및 향상 작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우리 군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전환 직후 발생할 시행착오를 줄이는 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최현수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연합방위에는 조금의 차질도 없이 한·미가 충실히 준비해 나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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