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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9·9절 전 제재 완화’ 몰두하는 김정은, 세달새 세번째 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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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9일 관영 중국중앙(CC)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박2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사실을 확인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지난 3월 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이징 조어대 오찬, 지난 5월 다롄 해변을 거니는 김 위원장과 시 주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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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고 새로운 북·미관계 정립을 약속받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중국을 방문했다. 미국과 비핵화 관련 후속 협의를 시작하기 전 다시 우군을 찾은 셈이다.

김정은의 방중은 3월25~28일, 5월 7~8일에 이어 약 세달 사이 벌써 세번째다. 북ㆍ중관계가 사실상 ‘혈맹’으로 불릴 정도로 돈독했던 김일성 시대 때도 없던 일이다. 김정일도 집권기간을 통틀어 9차례 방중했을 뿐이다.

김정은의 세 차례 방북에는 우연으로만 보기엔 힘든 타이밍의 공통점도 있다. 1·2차 방중이 모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찾기 직전 이뤄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18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 경제클럽 연설에서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을 구체화하기 위해 할 일이 많다. 너무 늦기 전에 (북한을)다시 여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본격적인 비핵화 프로세스의 디테일 논의를 위한 3차 방북을 예고했다. 핵무기 등 조기 반출, 사찰을 통한 검증 등을 논의하기 위한 본게임이 곧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중요 국면마다 김정은이 미국을 상대하기 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이번 3차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은 대북 제재 해제와 경제협력 문제를 주로 제기할 전망이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그간 북한이 핵을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게 된 이유는 제재로 인한 괴로움 때문이 아니라 이미 핵무력을 완성했기 때문이라고 대내외적으로 주장해왔다. 이에 자존심이 상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는 않지만, 사실 지금 북한에 제일 절실한 것은 대북 제재 완화”라고 전했다.

실제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북측은 막판까지 제재 해제에 대한 내용을 공동성명에 포함하기를 원했다. 현재 대북 무역 및 투자를 원천봉쇄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와 미국 등 주요국의 독자제재가 완화되지 않으면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정은은 시간에 쫓기고 있다. 올 들어 채택한 경제 건설 총력 노선의 성과를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인 9·9절 전에 가시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이번 9·9절을 경제강국을 선언하는 것으로 성대하게 치러 대내외적인 리더십을 공고히 할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우선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부터 취해야 제재를 유연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만큼 김정은은 시 주석의 도움을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김정은이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했지만, 다음 절차가 고민스러울 것”이라며 “미국은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있기 전까지는 제재를 풀지 않겠다고 하니 중국에 적절한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시 주석 앞에 내밀 성과도 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사실상 중국이 그 간 주장해온 쌍중단(한·미의 연합훈련과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동시 유예) 해법이 현실화한 셈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정은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제재 해제를 시도해봤는데 녹록치 않으니 일종의 작전타임을 갖기 위해 시 주석을 만나러 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시 주석 역시 김정은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 등 미·중 간 무역전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대미 카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미 간 종전선언 논의와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문제가 본궤도에 오를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것 역시 중국이 신경쓰는 부분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중에게는 한반도 문제, 북한 비핵화 문제도 체스판 위에서 지렛대로 쓸 수 있는 여러 말 중 하나”라며 “북한이 미·중 간 이런 전략적 경쟁 구도를 잘 이용해 그 사이에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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