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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아빠, 아빠"…부모 격리 이민아동들 울부짖는 녹음파일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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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아동들, 보호소 조사 과정에서 애타게 가족 찾아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에 불법 이주했다가 붙잡혀 부모와 강제로 격리된 채 임시보호소로 옮겨진 중남미 이민 아동들의 울부짖음이 공개됐다.

임시보호소에서 조사를 받기 시작한 아이들은 조사관들 앞에서 계속 흐느끼면서 "엄마, 아빠"를 부르고 있다.

보호소를 최근 방문한 한 인사가 녹음한 것으로 알려진 이 파일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 부모-자녀 분리정책에 대한 미국내 비판 여론을 더욱 들끓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미 CNN방송, AP통신 등은 18일(현지시간) 온라인 탐사보도매체 '프로퍼블리카'로부터 제공받은 오디오파일을 공개했다.

이 파일은 인권 변호사인 제니퍼 하버리가 최근 보호소를 방문했던 한 인사로부터 넘겨받아 프로퍼블리카에 준 것이다.

연합뉴스

미 텍사스 주 토르닐로 인근의 불법이민 격리아동 보호시설
[로이터=연합뉴스]



CNN방송이 공개한 2분여 분량의 녹음파일 속에서는 10세 미만으로 추정되는 중남미 아동들이 스페인어로 연신 부모와 가족을 찾으며 흐느끼고 있다.

한 아이는 계속 훌쩍이면서 "아빠(Daddy), 아빠(Daddy)"라는 말만 반복했다.

또 다른 여자아이는 "이모랑 같이 가고 싶다", "이모가 여기 와서 나를 데려갔으면 좋겠다", "이모에게 전화해서 나를 데리러 오라고 할 거냐"고 조사관들에게 자꾸 물으며 불안감을 보였다.

당국자들이 "울지마라", "이모에게 갈 수 있을 거다", "전화번호가 있다면 이모에게 전화할 수도 있다"고 달래보지만, 아이들은 막무가내였다.

"어디서 왔느냐"는 당국자들의 질문에 아이들은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으로 답했다. 멕시코를 가로질러 미국에 온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커스텐 닐슨 미국 국토안보부(DHS) 장관은 불법 입국자와 자녀를 분리 수용하는 '무관용 정책'에 대한 거센 비판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닐슨 장관은 이날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보안관협회(NSA) 행사에서 "우리는 음식, 의료, 교육 등 아이들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한다"면서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해야 한다"고 격리정책을 옹호했다.

미 정부가 멕시코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오는 밀입국자를 기소하고 미성년 아동을 부모와 격리하는 '무관용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한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2천여 명의 아동이 보호시설로 들어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비판론은 쉽게 수그러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주 주지사는 "정부는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라고 비난하면서 불법이민 단속을 위해 주 방위군의 헬기를 멕시코 국경에 보내려던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수용소를 방문하는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테드 크루즈(공화·텍사스) 상원의원은 이민가족을 격리하지 않도록 하는 긴급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샌디에이고의 한 수용시설을 방문한 후 "가족격리는 가슴을 찢어놓는 야만적 처사"라며 "우리나라의 양심에 도전하는 것으로 즉각 바뀌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quinte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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