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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공공기관 호봉제 폐지 추진.."철밥통 개혁" Vs "제2 성과연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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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보수체계 개편 추진]

기재부 '호봉제 폐지-직무급제 도입'

朴정부 성과연봉제 대체할 새로운 대안

연공서열식 경직된 임금체계 개혁 취지

노조 반발 해소-공정한 직무평가 관건

강행하면 성과연봉제 논란 재연 우려

이데일리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공공기관 호봉제를 내년부터 전면 폐지하기로 한 것은 문재인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조치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적폐로 지목된 박근혜정부의 성과연봉제를 대체할 새로운 임금 체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연공서열식 ‘철밥통’ 임금 구조를 깨는 개혁의 명분이 있지만, 노조 반발이 커 성과연봉제 당시의 논란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 “직무급제, 공공기관 개혁 방안”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해 7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성과연봉제 항목을 폐지한 뒤, ‘호봉제 폐지-직무급제 도입’ 방안을 혁신 대안으로 검토해왔다. 기재부는 지난해 9월 한국노동연구원에 의뢰해 올해 3월까지 보수체계 실태조사, 해외사례 분석 등을 통한 개편안 기본방향을 마련했다. 이어 이달 말까지 추가 용역을 통해 기관별 보수체계를 개편하는 실행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달 발표되는 가이드라인에는 1·2차 용역결과와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하고 공공기관 조직 규모, 기능, 인력운용 차이 등을 감안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가이드라인 발표를 전후로 공공기관은 술렁일 전망이다. 호봉제를 시행 중인 공공기관이 전체 공공기관의(338곳) 중 약 100여곳에 달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전체 임직원(31만2320명, 작년 기준) 중 10여만명이 적용된다. 올해 신설되는 새만금개발공사(국토교통부 산하), 한국해양진흥공사(해양수산부 산하) 등에는 직무급제 도입이 우선 검토된다. 연봉제를 시행 중인 100여곳의 공공기관은 개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기재부는 “직무급제 강제 도입은 없다”면서도 직무급제를 도입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영평가 점수에 직무급제 도입 여부가 반영될 수 있다. 경영평가 결과는 임직원 성과급, 임원 거취와 관련돼 있다. 이에 따라 인센티브가 도입되면 연봉제를 시행 중인 공공기관도 직무급을 도입해 보수 체계를 개편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직무급제에 공감하는 만큼 정부는 “‘철밥통 호봉제’를 개혁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 공공기관 호봉제는 가만히 있어도 매년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월급이 오르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직무급제를 도입하면 공공기관 임금 격차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속 기관이 다르더라도 같은 직무를 하면 같은 임금을 받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기업 직원의 연평균 보수(정규직 기준)는 7851만1000원, 기타 공공기관은 6579만8000원이었다.

◇노조 반발 해소-공정한 직무평가 관건

그러나 쟁점도 산적하다. 정규직 노조의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 매년 직원들의 기본급이 자동으로 오르지 않기 때문에 임금 상승 폭이 현재보다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반발이 시작된 곳도 있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직무급제를 담은 표준임금모델을 제시했다. 그러자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이 “무늬만 정규직”이라고 반발하면서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공정한 직무 평가가 얼마나 이뤄질지도 관건이다. 338곳 공공기관의 직무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직무에 대한 공공기관 내 공감대가 이뤄지지 못하면 갈등의 불씨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공무원, 공공기관 임원은 제외하고 직원들에게만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것도 논란의 소지가 크다. 기재부는 공무원 호봉제 폐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 공공기관 내부에선 “공무원부터 호봉제를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성한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무턱대고 미국식 직무급제를 도입하면 성과연봉제 도입 때처럼 반발이 커지고 ‘철밥통 임금’ 체계는 개혁도 못하게 될 것”이라며 “공공기관 호봉제를 폐지하려면 공무원 호봉제도 폐지하고 투명한 의견수렴, 철저한 직무조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봉제=직무에 관계 없이 근속연수가 쌓일수록 매년 기본급이 자동으로 인상되는 보수 체계다.

※연봉제=각 기관별로 성과 등을 평가한 뒤 보통 1년 단위로 보수를 결정해 지급하는 제도다.

※직무급제=업무 성격, 난이도, 책임 정도 등으로 직무를 나뉜 뒤 직무 단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서로 다른 기관에 소속돼 있더라도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받는 ‘동일 노동-동일 임금’ 원칙이 적용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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