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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대학 못가면 책임질거냐" "교사 권한 침해"…학생부 수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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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담임교사가 작성하는 ‘생활기록부(학생부)’를 두고 교사와 학생 사이에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교사의 주관성 개입으로 공정성이 저해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학생에 대한 평가는 교사가 갖는 권한이라는 의견이 상충하고 있다.

최근 담임교사가 작성한 학생부 내용을 정정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고교생이 법원에서 패소했다. 해당 학생은 ‘주변을 살피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공감 능력이 부족한 편이다’ 등의 부정적인 표현이 대학입시에 불이익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정정을 요구했지만, 학교가 거부하자 학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재판부는 “다른 학생들에 대해서도 단점을 기재한 점 등으로 볼 때 해당 학생만 악의적으로 단점을 기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담임교사가 1년간 학생을 지도·관찰한 사항을 작성한 것으로 허위 사실이나 악의적 평가 내용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존중돼야 한다”며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줬다.

교사들은 매년 대입을 앞두고 쏟아지는 학생들의 학생부 수정 요청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대입을 눈앞에 둔 학생들에 있어 학생부는 대학들의 선발 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이다. 이런 이유로 부정적인 내용은 삭제, 긍정적인 내용은 보다 정확한 표현으로 바꿔달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빗발친다. 실제로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고등학교 학생부 수정은 한 해에 18만 건(2016년 기준)에 달한다.

강서 한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A씨는 “첫 담임교사 시절, 한 학생의 정정 요구를 거부했다가 해당 학생의 학부모가 찾아와 ‘선생님이 우리 애 뭘 안다고 평가해요? 우리 애 대학 못가면 책임 질 거에요?’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해당 학부모는 교사가 자신의 시각에서 본 학생을 주관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공정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고 문제를 제기 한 것. 이는 실제 교육 전문가들이 학생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교사의 주관성이 개입되면서 학생으로 하여금 학생부 결과에 대한 설득을 어렵게 만든다는 얘기다.

때문에 A씨는 그 일을 겪은 후부터는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주고 있다. A씨는 “치열한 입시에 치이고 학생부에 목매는 제자들이 안쓰러워 정정을 요구하는 학생들에 한해 조율을 통해 부정적인 표현을 순화해주고 있다”며 “교사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나 때문에 대학에 떨어졌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학생부 수정을 요구하는 행위 자체는 교사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대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정해주고는 있지만, 학생부 정정 요구는 학생들을 평가하는 교사 권한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했다.

용산의 한 고등학교 교사 B씨도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수정을 요구해오지만, 학생들에게 ‘수정을 요구하면 더 안 좋게 써주겠다’고 선포했다”며 “학생부의 신뢰도를 유지하고, 교사로서의 권한을 유지하기 위해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교사들은 1년 동안 수시로 관찰한 사항을 평가해 기록하고,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담임교사뿐만 아니라 여러 동료 교사들의 의견을 수용해 작성한다”며 “어떤 교사도 악의적으로 학생들의 학생부를 망치려고 하진 않으니 교사들을 믿어달라”고 당부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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