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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주 52시간 시대'…"직장이 바뀐다, 세상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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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주 52시간 시대]근무 시간 단축 이후 이마트 사내 피트니스 센터 이용자 50명 이상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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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 이후에는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도록 회사 컴퓨터가 강제로 꺼지도록 돼 있습니다."

다음 달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됨에 따라 기업마다 달라진 근무형태를 속속 도입하는 등 새로운 시대 변화 준비에 한창이다.

당장 300인 이상 사업장·공공기관이 시행 대상이다보니 대기업 위주로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다양한 대안을 내놓으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분위기다.

기업들은 그동안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길을 걷는 만큼 기대와 우려 속에 주 52시간 근무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주당 최대 68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토·일 16시간)이던 노동시간은 주당 52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줄어든다. 2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며,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한다.

2009년 '자율 출퇴근제'를 시행해 국내 기업문화를 선도한 삼성전자는 다음 달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재량근로제'를 동시에 도입한다. 근로기준법 52조와 58조에 명시된 두 제도는 우선 연구·개발(R&D)과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주 40시간이 아닌 월평균 주 40시간 내에서 직원들이 출퇴근 시간과 업무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제도다. 재량 근로제는 업무 시간 관리 전반을 직원에게 완전히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LG전자도 3월부터 사무직은 주 40시간, 기능직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범 운영하고 자체적으로 대비해왔다. SK하이닉스는 1월 '딥 체인지' 슬로건 아래 주 52시간 근무제 시범운영에 들어가는 등 R&D 비중이 적지 않은 전자업계는 발 빠르게 움직이며 대책 마련에 몰두해왔다.

2013년 공장 생산직에 주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현대차는 지난달부터 본사 일부 조직에 한해 '유연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집중 근무시간'으로 지정한 대신 나머지는 직원 일정에 따라 자유롭게 근무하며 출퇴근이 가능하다.

정유화학업계도 야근 등 연장근로를 최대한 제한하며 혹시 모를 '위법'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한화케미칼은 2주 동안 80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인타임 패키지'를 시행한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지만, 새로운 근무 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은 아예 연장근로 사전승인제(사무직)를 도입하고, 퇴근 시간 이후에는 컴퓨터 전원을 강제로 끄기로 했다. 포스코는 휴일에 일을 했다면 익일 대휴를 적극 권장하는 사내 문화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소비자들과 직접 접촉하는 유통업계는 개장 또는 폐장 시간을 1시간 줄이며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비 중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이달부터 영업시간을 기존 오전 10시~자정에서 오후 11시로 한 시간 단축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일부 지점에 한해 3월부터 개장 시간을 오전 10시 30분에서 11시로 30분 늦췄다.

특히 올해 국내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신세계그룹의 워라밸은 어느 정도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마트의 사내 피트니스센터 이용자 수는 지난해만 해도 하루 140∼150명 수준이었으나, 현재 2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사내 어린이집 역시 올해부터는 오후 6시 이전에 전원 퇴소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마다 현행 법체계 내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근무체제를 바꾸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주 52시간 근무제가 초반에 얼마나 정착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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