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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틴틴 경제] 원유 가격 내려도 휘발유 값은 왜 그대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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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WTI·두바이·브렌트유 기준 국내 휘발유는 국제 제품가에 연동 환율·운임·재고 등도 가격에 영향

Q. 요즘 기름값 관련 얘기가 뉴스에 많이 등장합니다. 국제 유가가 얼마 올랐다는 내용부터, 유가 때문에 우리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까지 많은 기사가 쏟아지더라고요. 유가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그리고 국제 유가는 떨어졌는데, 국내 휘발유 가격은 몇 주째 오르고 있다는 기사도 봤어요. 왜 그런 건가요?

국제 원유가, 판매가에 바로 반영 안돼 … 휘발유 값 절반은 세금"


A. 틴틴 여러분도 기름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며 한숨 쉬는 부모님의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거예요. 기름값이 오른다는 건, 단순히 자동차를 타고 이동할 때 더 많은 돈이 든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아요. 국가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죠. 석유는 국가 운영에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자, 국가의 안보와도 관련되는 핵심 자원이기 때문이에요.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된 1차 에너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석유였어요. 39.7%를 기록했죠. 2위인 석탄(28.7%)과 10% 이상 차이 나고 3위인 LNG(15.7%)의 3배 이상 소비된, 압도적 1위였습니다. 음식이 없으면 사람이 힘을 쓸 수 없듯, 석유가 없으면 국가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겁니다.

특히 석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등 에너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더욱더 기름값에 예민합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올라가면 4분기 후 국내 소비자물가가 0.61% 상승하고 실질 GDP가 0.96% 하락할 수 있다는 연구 자료를 지난해 말 내놓기도 했어요. 소비와 투자 역시 각각 0.81%, 7.56%가 하락할 거라고 전망했죠. 기름값이 많이 오르면, 국내 경제가 큰 타격을 입는 겁니다.

중앙일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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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유가가 들썩이면 세계 경제 전체가 들썩일 수밖에 없고, 어떤 국가든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어요. 여전히 석유는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가 사실상 없는 필수 자원이니까요. 세계 최강국이자 압도적인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도 마찬가지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얼마 전 “유가가 너무 높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또 애쓰고 있다. 좋지 않다!”고 트위터를 통해 직접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OPEC은 1960년 설립된 국제적인 기구입니다. 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베네수엘라 등 주요 석유생산·수출국 14개 국가가 회원으로 있죠.

그렇다면, 이처럼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 유가는 어떻게 정해질까요? 우선 휘발유·경유 등의 석유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어떻게 매겨지는지 알아야 해요. 원유라고 다 같은 게 아닙니다. 국제 원유시장에선 세계 곳곳에서 생산된 수백 종류의 원유가 거래됩니다. 각각 원유의 품질과 성격이 다르죠. 이 중 국제 원유 가격을 결정짓는 기준이 되는 원유는 단 세 가지입니다. 바로 미국 서부텍사스유(WTI)와 중동 두바이유, 북해 브렌트유죠.

WTI는 미국 등 아메리카 지역, 브렌트유는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의 대표 원유며, 두바이유는 아시아 지역 대표 원유에요. 세계 3대 지표 원유(Marker Crude)로 불리는 세 원유는 정치적·지리적 이유 등으로 다른 원유보다 거래가 활발합니다. 생산량 자체도 많고, 생산이 독점돼 있지 않아 가격 형성이 투명하게 이뤄지는 덕에 각 지역 대표 원유가 됐죠. 해당 지역에서 유통되는 원유들의 가격은 각각 이 세 가지 원유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됩니다. 이들 원유의 가격은 물론 수요와 공급 상황에 따라 변하며, 수요와 공급은 해당 원유를 생산하는 주요 국가들의 정치적 상황이나 생산 전략 등에 의해 달라져요. 해당 국가들이 이웃 나라와의 갈등이나 전쟁 때문에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거나, 자연재해로 생산시설이 파괴되면 유가도 영향을 받는 거죠.

다만, 국제 유가가 오르거나 떨어진다고 우리가 주유소에서 사는 휘발유가 바로 비싸지거나 싸지지는 않습니다. 우선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국제 원유 가격이 아닌, 싱가포르 현물 시장의 국제제품가격(MOPS)을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이에요. 또한 국제 제품가격이 국내 주유소 판매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차도 발생합니다. 국내 정유사들이 가격을 결정할 땐 그 전주의 싱가포르 국제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데요. 정유사에서 각 지역 주유소로 제품을 납품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죠. 그리고 주유소마다 보유한 양이 다 다릅니다. 가격이 쌀 때 많이 사놓은 주유소는 유가가 올라도 한동안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있겠죠. 소비자들이 국제 유가 변동을 곧바로 체감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또한 국내 휘발유 가격에는 원유 가격 외에도 환율과 운임, 국내외 시장 동향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칩니다. 게다가 석유제품 판매 가격에서 원유 가격이나 국제제품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절대적이지 않아요. 원유 가격이 아무리 내려가도, 휘발유 가격은 일정한 금액 이상 떨어질 수가 없는 구조인 겁니다. 실제 국내 휘발유 가격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기준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1610.12원입니다. 이 중 휘발유 제품 가격이 차지하는 몫은 575.31원입니다. 원유 가격에 정제 비용을 더한 싱가포르 국제 휘발유 가격(배럴당 84.87달러)과 당시 원·달러 환율(1077.7원)을 기준으로 리터당 가격을 계산한 겁니다.

그렇다면 주유소 판매가격에서 제품 가격을 뺀 나머지는 뭘까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세금입니다. 우선 휘발유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529원이 부과됩니다. 유가와 상관없이 리터당 529원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또한 교통에너지환경세의 26%인 137.54원이 지방주행세로, 15%인 79.35원이 교육세로 부과됩니다. 이 세 가지를 합친 745.89원은 무조건 같은 금액을 내야 하는, 고정 세금이죠.

여기에 정유사 부가가치세 139.28원, 주유소 부가가치세 7.09원, 품질검사수수료 0.47원이 더해집니다. 또 원유가격의 3%인 15.12원의 관세와 리터당 16원의 석유 수입 부과금도 내야 하죠. 이에 따라 휘발유 가격 중 세금이 차지하는 몫은 총 923.85원이 되며, 이는 휘발유 가격 전체중 57.4%에 달합니다. 기름값 중 57%가 세금인 거죠. 그리고 정유사 유통 관련 비용 40.04원과 주유소의 유통 마진 70.92원이 더해지면, 휘발유 최종 가격은 1610.12원이 됩니다.

휘발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 보니, 국제 유가가 10% 하락하고 이것이 국내 제품 가격에 일부 반영돼도 소비자들은 기름값이 별로 내려가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어요.

국제 유가와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이처럼 복잡한 요인들에 의해 정해집니다. 국가가 직접 석유비축량을 관리할 만큼, 너무나 중요한 자원이니까요. 틴틴 여러분도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고 지켜보면, 유가 관련 기사가 왜 많고 또 중요하게 다뤄지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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