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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라이프 트렌드] 알록달록, 아기자기, 반짝반짝…달콤한 예술 작품이 입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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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 꽃 넣은 음료·빵·케이크 향기 더하니 색다른 맛 일품 예쁜 모습 찍어 SNS에 올려

눈도 즐거운 아트 디저트

디저트는 주요 고객인 2030세대의 소비 트렌드를 따라간다. 이들은 ‘남들이 다 아는 곳’이 아닌 ‘나만 아는 곳’을 즐겨 찾는 성향을 보인다. 그리고 ‘나를 위한 작은 사치’, 즉 나를 감동시키는 상품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요즘엔 예술 작품처럼 아름답게 치장하는 ‘아트 디저트’가 젊은 소비자를 사로잡는다. 음료나 빵을 먹을 수 있는 꽃으로 장식하거나 모양은 과일인데 디저트가 숨어 있는 퍼포먼스를 곁들인 아트 디저트가 침샘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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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비돌체’의 꽃을 넣은 바바루아. 꽃무늬 팔찌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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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7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의 만찬 테이블에 아름다운 디저트가 올랐다. 어떤 디저트인지, 어떤 모양인지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노란색 ‘망고무스’가 등장했다. 그 위에는 선명한 보랏빛·분홍빛을 띠는 봄꽃이 화려하게 장식됐다. 간결해서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무스 위에 꽃으로 시각적인 재미를 더한 것이다.

복숭아 속에 숨은 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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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의 샴페인 슈가볼. 숟 가락으로 으깨 밑에 있는 치즈 가 루와 비벼 먹는다.


이처럼 음료·빵·케이크를 식용 꽃으로 장식한 예쁜 디저트가 고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모양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고 나아가 예술 작품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유리컵에 과일주스를 담고 큰 꽃송이로 장식하면 마치 꽃이 꽂힌 화병처럼 보인다. 투명한 젤라틴을 굳혀 만든 도넛 모양의 일본식 디저트 ‘바바루아’는 젤라틴 안에 식용 꽃을 넣어 화려한 꽃무늬 팔찌가 연상된다. 디저트 전문점 ‘핫비돌체’의 황영선 대표는 “이전까진 주로 민트로 장식했는데 최근엔 식용 꽃이 많이 사용된다”며 “알록달록한 꽃을 사용하면 디자인이 다양해질 것이란 생각에 바바루아에 응용했다”고 설명했다. 식용 꽃이 더해진 디저트는 맛도 색다르다. 꽃을 넣은 바바루아를 맛본 김진규(38)씨는 “꽃을 채소처럼 꼭꼭 씹어 먹으면 입안에 향기로운 꽃향기가 퍼져 로맨틱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내가 녹화 버튼을 누르면 디저트를 천천히 잘라 봐. 그 다음 안에 뭐가 들었는지 단면을 자세히 보여줘. 시~작!” 서울 가로수길에 있는 카페 ‘소나’를 찾은 손님이 테이블에 디저트가 서빙된 순간부터 자르고 먹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동영상으로 기록하며 나눈 대화다. 이들은 촬영한 동영상을 인스타그램·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업로드한다. 이 디저트는 ‘샴페인 슈가볼’이다. 설탕을 굳혀 만든 (슈가)볼 안에 다양한 종류의 식용 꽃과 샴페인 폼(거품)으로 가득 채웠다. 꽃이 만개한 봄날의 지구를 닮은 모습으로 SNS에서 ‘동영상용 디저트’로 불리며 유명해졌다.

샴페인 슈가볼 외에도 SNS엔 다양한 아트 디저트를 촬영한 동영상이 눈에 띈다. 접시 위에 있는 복숭아·햄버거·피자를 칼로 자르면 그 단면엔 크림과 빵이 겹겹이 쌓인 케이크가 드러난다. 전형적인 케이크 모양을 과감하게 버린 재치 있는 디자인으로 인기를 끈다. 서울 숙대입구에 있는 ‘때가이르매’, 홍대입구의 ‘디저트 연구소’, 연남동의 ‘딩가케이크’ 등의 디저트 전문점에서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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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토핑’의 아이 스크림. 갖가지 토핑을 얹어 인어공주 모 양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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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화려한 퍼포먼스로 시선을 사로잡는 디저트도 많다. 브라우니의 단면을 자르면 초콜릿 시럽이 주르륵 흘러나오고, 단단한 껍질을 숟가락으로 톡톡 쳐서 으깨면 과일을 얹은 조각 케이크가 등장하는 식이다. 카페 ‘소나’에서 디저트를 만드는 성현아 셰프는 “요즘 고객은 동영상으로 찍고 싶은 욕구가 드는, 즉 퍼포먼스가 다양한 디저트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시각적으로 재미있고 아름다운 퍼포먼스를 만들기 위해 셰프들도 많은 연구를 한다.

재미있는 퍼포먼스 다양
최근엔 온도차를 이용해 만드는 퍼포먼스가 고객의 발길을 잡는다. 드라이아이스를 뜨거운 물에 넣은 후 연기가 나게 만들어 뭉게구름을 표현하고, 초콜릿으로 만든 뚜껑을 뜨거운 시럽으로 사르르 녹여 컵 안의 초콜릿 무스와 섞이도록 한다. 디저트를 먹기까지 일어나는 모든 퍼포먼스가 아트 디저트를 완성하는 과정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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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 가케이크’의 케이크. 겉모습은 햄버거지만 안 엔 촉촉한 크림과 빵이 들어 있다.


아트 디저트를 만들 때 고객이 직접 참여하는 아이스크림 가게도 북적인다. 아이스크림 전문점 ‘비스토핑’엔 20가지가 넘는 다양한 종류의 콘과 형형색색의 토핑이 준비돼 있다. 제작 과정은 간단하다. 우선 고객이 만들고 싶은 아이스크림에 들어갈 토핑을 고른다. 그다음 점원이 아이스크림에 토핑을 순서대로 얹어 완성시킨다. 인어공주 모양이거나 안경을 쓴 파인애플이 되기도 한다. 나만의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남길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이 가게를 찾은 박유진(28)씨는 “토핑을 직접 고르는 일이 예술가에게 작품의 영감을 주는 느낌과 같았다”며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더라도 즐겁고 색다른 추억을 남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아이스크림을 예술 작품처럼 만들어 먹는 매장은 서울의 합정동·가로수길 등 ‘핫 플레이스’로 불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하나씩 문을 열고 있다.

홈카페족을 위한 아트 디저트
요즘엔 집에서 나만의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시는 홈카페족이 많다. 커피와 잘 어울리는 색다른 디저트를 원한다면 모양도 색도 예쁜 ‘아트 디저트’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특별한 날 선물하기도, 집에 초대한 손님에게 대접하기도 좋다. 집에서 도전해볼 수 있는 아트 디저트 레시피를 소개한다.

바바루아
탱글탱글한 젤리에 상큼한 꽃과 과일이 쏙쏙

재료 물 300ml, 우유 200ml, 젤라틴 13g, 계란 노른자, 생크림 200ml, 설탕 60g, 바닐라오일, 식용 꽃, 각종 과일, 화이트와인 1t, 젤라틴 파우더 10g

만드는 법 1 물에 화이트와인을 넣고 끓인 다음 설탕, 젤라틴 파우더를 순서대로 넣고 잘 젓는다. 2 도넛 모양 틀에 ①을 넣은 후 3분간 냉동실에서 얼린다. 3 ②를 꺼내 식용 꽃과 과일을 골고루 배열한 후 7시간 이상 냉장 보관한다. 4 계란 노른자에 설탕을 넣고 섞은 다음 우유를 부어 보글보글 끓기 직전까지 데운다. 5 ④에 젤라틴, 바닐라오일을 순서대로 넣는다. 6 거품을 낸 휘핑크림을 ⑤에 넣어 잘 섞은 다음 ③에 붓는다. 7 3시간 냉장 보관하면 완성된다.

머랭쿠키
동화 속에 나오는 과자처럼 아기자기

재료 물 30g, 설탕 100g, 계란 흰자 50g, 식용 색소

만드는 법 1 물과 설탕(70g)을 냄비에 넣고 끈적거릴 때까지 끓인다. 2 계란 흰자를 저어 거품을 만드는 머랭 치기를 한다. 설탕(30g)을 넣어가며 머랭 치기를 계속한다. 3 설탕 시럽을 ②에 넣으면서 머랭 치기를 한다. 4 짤 주머니 안쪽에 식용 색소를 묻힌 붓으로 원하는 모양을 그려 넣는다. 5 ③을 짤 주머니 안에 가득 채운 후 눌러가며 머랭쿠키 모양을 만들어준다. 6 오븐(100~130도)에 2시간 정도 구워 준다.

코하쿠토
반짝반짝 캔디가 아그작 아그작

재료 한천가루 8g, 물 190ml, 설탕 320g, 식용 색소

만드는 법 1 냄비에 물과 한천가루를 넣은 뒤 중약불에 약 6분간 끓인다. 2 설탕을 넣고 끈적끈적해질 때까지 5~7분간 끓인다. 3 ②가 걸쭉해지면 사각 틀에 붓고 색소를 넣는다. 살짝 저어 섞어준다. 4 실온에서 30분 동안 식히고 냉장실에 넣어 2시간 이상 넣어둔다. 5 굳은 젤리를 손으로 찢거나 칼로 자른다. 6 유산지(반죽이 들러붙지 않도록 방지하는 일종의 기름종이)를 깔고 ⑤를 올려둔다. 7 실온에 평균 4일 정도 놓아두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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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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