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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월드컵] 갖은 애를 쓰고도 또 슬픈 '거짓말쟁이'가 된 기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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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축구대표팀 기성용이 18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공중볼을 따내고 있다. 2018.6.1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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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뉴스1) 임성일 기자 = 결국 핵심은 기성용이었다. 스웨덴전 선발 라인업이 발표됐을 때, 김신욱을 축으로 손흥민과 황희찬 등 대표팀의 공격수가 모조리 투입되는 스리톱 형태가 됐을 때 신태용의 트릭은 김신욱이었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신 감독이 준비한 '올인 전술'의 핵심은 공격이 아닌 수비였고, 그 중심에 기성용이 있었다.

커리어 3번째 월드컵을 앞두고 그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많았던 캡틴 기성용은, 러시아 월드컵의 성패를 좌우할 스웨덴과의 1차전에서도 가장 많이 땀을 흘렸다. 스스로 "매번 팬들에게 '잘 하겠다' '나아지겠다' 약속하지만 그러지 못해 내가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았다"는 아픔을 고백하기도 했던 기성용은, 그 아픔을 벗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하지만 또 다시 웃지 못했다.

한국 축구사 10번째 월드컵에 도전장을 내민 신태용호가 18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1차전에서 0-1로 패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근성과 투지를 발휘했으나 PK 실점에 무릎을 꿇었다.

이날 기성용은 많은 역할을 소화했다. 마치 '후방의 프리롤' 같았다. 낮은 지역에서는 기성용의 판단에 맡기는 듯했다. 필요할 때는 장현수와 김영권 사이로 들어가 스리백 형태를 만들기도 했다가 왼쪽 풀백 박주호 옆으로 들어가 윙백 같은 위치에 서기도 했다.

물론 기본적인 포지션은 수비라인 바로 앞에 있는 수비형MF 였다. 빌드업은 기성용부터 출발했고 수비 역시 기성용이 1차 거름종이였다. 하지만 정형화 된 중앙MF와는 거리가 있었다. 공이 있는 곳에는 기성용이 있었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종횡무진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보름 전인 6월1일, 한국의 출정식 경기로 펼쳐졌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 때가 오버랩되는 기성용의 역할이었다. 당시 기성용은 깜짝 센터백으로 변신해 최후방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대표팀은 스리백을 가동했다. 대표팀이 스웨덴 필승 해법으로 스리백을 들고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을 때라 반향이 더 컸다.

결과는 1-3 패배였고 수비진 호흡이 너무 맞지 않았던 것과 함께 기성용의 후방배치는 실패한 것으로 마무리됐다. 기성용에게는, 기성용에게 잘 맞는 옷을 입히는 게 낫다는 조언들이 많았고, 신태용 감독도 "기성용과 일선에 있는 선수들의 호흡을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는 말로 자신의 뜻을 바꾸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결국 수정을 가했다. 대표팀 수비의 근간은 포백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특화된 기성용'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태용 감독은 기성용에게 더 많은 옷을 챙겨 본선을 준비토록 했다. 기본적으로는 다소 뒤에 처진 중앙MF지만 때로는 센터백 역할을 맡아야했고 다른 상황에서는 상대의 특정 공격수(토이보넨)의 맨투맨 방어를 담당하기도 했다.

공격적인 역할도 해야 했다. 공격 전개가 여의치 않으면 직접 공을 몰고 상대 진영까지 배달하기도 했다. 템포를 조절하는 조타수 역할도 기성용이었다. 공을 간수하는 것도, 그러다 롱패스로 역습을 도모하는 것도 그의 발을 필요로 했다.

이처럼 수많은 일을 했으나 애석하게도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날 선수들은 에너지를 다 썼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모두 필드에 쓰러졌을 정도다. 다른 선수들이 고갈이라면 기성용은 마이너스여야 마땅하다.

하지만 기성용은 종료 후 바닥에 주저앉지 조차 않았다. 그리고는 선수들을 다독였고, 선수들을 이끌고 원정 팬들에게 인사까지 전했다. 참고 선수들을 이끌어야하는 그의 마음은 짐작키도 어렵다. 그의 커리어 3번째 월드컵 첫 페이지도 일단 만족스럽진 않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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