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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밀착카메라] 음주 청정지역?…더 늘어난 공원 '술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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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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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의 도심 공원 22곳이 올 초 '음주 청정지역'으로 정해졌습니다. 월드컵공원이나 경의선 숲길이 포함됩니다. 그런데 공원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이 지난해보다 많아졌습니다. 또 피해 민원도,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밀착카메라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2017년 4월 24일 '뉴스룸'/ 밀착카메라 : 서울 연남동 공원입니다. 경의선 폐선로 위에 조성된 이 공원의 명칭은 경의선 숲길 공원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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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바로가기 : http://news.jtbc.joins.com/html/206/NB11459206.html

지난해 4월 밀착카메라가 보도했던 경의선 숲길 공원에 다시 한 번 나왔습니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는데요.

우리 공원은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된다는 현수막이 붙어있습니다.

현수막 끝에는 술병 금지 표시가 붙어있어서 얼핏 보면 술을 마시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데요.

그런데 제 뒤로는 수백 명의 시민들이 자리를 깔고 앉아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 공원 잔디밭과 벤치마다 술을 마시는 시민들로 빈자리를 찾기 어렵습니다.

[술에 안 된다는 표시가 딱 그어져 있잖아요. 공원에서 술 마시면 안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는데.]

거리공연까지 더해져 공원 전체가 거대한 축제 장소를 방불케 합니다.

[시민 : 처음봐서 저희 굉장히 놀랐었어요. 왜냐하면 공원이라는 곳이 누구나 다 이용할 수 있는 휴식공간이어야 되는데 사람들이 모두 다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는 게…]

일회용 컵에 담은 맥주를 안주와 함께 파는 가게마다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고, 편의점 계산대 줄은 밖까지 이어집니다.

주류업체가 운영하는 한 업소는 시민들에게 돗자리와 등받이를 무료로 빌려주고 있습니다.

[40~50개 정도 금방 나가요. 무료잖아요 저희가. 신분증만 받고 저희가 대여를 해드리는 거예요.]

음주청정지역을 알리는 안내판이 무색합니다.

[인근 주민 : 전혀 효과가 없어요. 여기 쫙 전부 술이에요. 여기만 이런게 아니고 저 끝까지.]

음주 관련 항의 민원도 지난해보다 훨씬 늘었습니다.

[서울시 공원관리팀 : 음주관련 (민원) 건수가 2017년도에 13건이었는데, (올해는) 6월 11일까지 연남동 구간 음주관련 민원이 30건이었어요.]

음주를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잔디밭 곳곳이 상처 투성입니다.

시민들이 앉아있는 잔디밭 중간에는 이렇게 잔디 보호매트가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뒤쪽을 보면요. 잔디가 아주 짧거나 이렇게 누런 흙바닥을 드러낸 것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밟거나 깔고 앉으면서 잔디가 이렇게 훼손된 겁니다.

훼손이 심해지자 마포구 측은 서울시에 시민들의 잔디밭 출입을 금지해 달라고 요청한 상황.

밤이 깊어지면서 공원 곳곳에 빈 술병들도 늘어갑니다.

술에 취해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출동한 경찰에 부축을 받기도 합니다.

[인근 주민 : 소음은 어마어마하죠. 저희가 지금도 여름인데도 문 못 열고 살아요.]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거나 혐오감을 주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실제 단속으로는 이어지지 못합니다.

음주 자체는 허용되기 때문에 어디까지 단속해야 할지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 건강관리과 관계자 : 그걸 단속할 수 있는 근거는 없는 상황이에요. 건강증진법 개정을 못 해서. 일단은 시민 의식을 끌어올리는 게 우선 맞을 거 같아요.]

'연트럴 파크'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서울의 명소로 자리잡은 경의선 숲길은 이제 경의선 술길이라는 오명도 받고 있습니다.

음주를 부추기는 문화가 모호한 단속기준을 파고들면서 이제는 휴식이 아닌 술을 권장하는 공원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법 개정을 통한 단속에 앞서 먼저 우리의 음주 문화부터 한 번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인턴기자 : 이수형)

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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