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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탈레반 휴전연장 거부·IS 테러 지속…멀고 먼 아프간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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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협상 요구' 행진 참가자들 37일만에 630㎞ 걸어 카불 입성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에서 17년째 내전중인 탈레반과 정부군이 짧은 휴전을 했지만, 또 다른 이슬람 극단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계속 테러를 벌이고 탈레반은 휴전연장을 거부하면서 다시 예전의 혼돈으로 되돌아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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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아프가니스탄 남부 헬만드 주에서 출발한 평화협상 요구 행진 참가자들인 18일 목적지인 수도 카불에 도착해 걷고 있다.[AFP=연합뉴스]



18일 아프간 톨로뉴스 등에 따르면 탈레반은 전날 밤 휘하 대원들에게 이슬람 단식성월인 라마단 종료를 축하하는 이드알피트르 축제가 끝났다면서 다시 무기를 들라고 명령했다.

애초 축제 기간인 15∼17일 휴전을 발표한 탈레반에 앞서 12∼19일 8일 동안 휴전하겠다고 발표했던 아프간 정부는 추가로 열흘 더 휴전을 연장하겠다고 16일 발표했지만, 탈레반의 동참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2001년 9·11 테러 후 미국의 공격으로 아프간 탈레반이 정권에서 축출된 이후 지금까지 이어진 내전에서 한시적으로나마 처음 이뤄졌던 휴전은, 교전하던 양측 대원들이 함께 어울려 축제를 즐기는 등 평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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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서 이드알피트르 축제 사흘째를 맞아 휴전중인 탈레반 대원들과 아프간 군인들이 함께 어울리고 있다.[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수도 카불의 일부 주민은 탈레반 전사들이 무장을 버리지 않은 채 도시까지 내려온 것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사회운동가 야신 네가는 "탈레반 대원들이 무장한 채 도시까지 올 수 있게 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국민이 탈레반과 정부 사이에 이뤄지는 비밀 평화회담의 구체적 내용을 알 수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탈레반과 정부군이 모두 서로를 향한 교전을 중단한 3일 동안 아프간에 완전한 평화가 유지되지도 못했다.

IS가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동부 낭가르하르 주 잘랄라바드에서는 16, 17일 이틀간 두 차례 자살 폭탄 테러로 최소한 43명이 숨졌다.

IS는 특히 25명이 숨지고 54명이 다친 16일 테러에 대해 연계 선전매체 아마크 통신을 통해 자신들이 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18명이 숨지고 45명이 다친 17일 폭탄테러는 어느 단체에서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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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아프가니스탄 낭가르하르 주 잘랄라바드에서 자폭테러가 벌어져 치안당국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가운데 지난달 12일 탈레반과 정부의 평화회담을 요구하며 남부 헬만드 주 라슈카르가에서 행진을 시작한 90여 명의 시민들은 37일 만에 630㎞를 걸어 이날 목적지인 수도 카불에 도착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행진 내내 외친 아프간 평화회담이 시작되지도 않았고, 휴전연장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사촌 등 친척 4명을 잃고 올해 입학 허가를 받은 대학에도 가지 않은 채 이번 행진에 참가한 최연소 참가자 타히르 칸(17)은 발에 붕대를 감은 채 카불의 취재진을 향해 "우리는 전쟁에 지쳤고 탈레반도 지쳤다"면서 "더이상 여성들이 남편을 잃고 자식들이 아버지를 잃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휴전연장, 정부와 탈레반 간 평화협상 재개, 외국 군대 철수 등의 요구 사항을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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