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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뉴스+] 탈원전 쐐기 박은 文정부… 관건은 ‘전기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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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정책 1년 / 원전업계, 산업 붕괴·수출 차질 / 온실가스 급증 이유 반대 나서 / 환경단체·재생에너지업계 반색 / 더 빠르고 광범위한 전환 촉구 / 국민, 요금 더 부담 의향 있어도 실제 인상 땐 반발 매우 거셀 듯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6월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문재인정부가 집권 1년 동안 공을 들여온 탈원전 정책은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 뜨거운 감자다. 탈원전 정책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문재인정부의 기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와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 등을 약속했다. 대통령 선거 당시에도 지지자들은 ‘베스트 공약’으로 반겼고, 반대론자들은 원자력 산업을 말살하는 졸속 정책이라며 맞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9일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 퇴역식에서 ‘탈핵 시대’를 선포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놓고 갈등이 극에 달하자 ‘공론화위원회’를 거치는 정공법을 택했다. 시민참여단 471명이 참여한 공론화위는 신고리 5·6호기 공사는 재개하되 신규 원전에 대해서는 축소를 권고했다. 최근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 고리 1호기 퇴역 1주년을 앞둔 지난 15일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4기 사업종결을 의결했다. 탈원전 흐름에 쐐기를 박은 조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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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살릴 마지막 기회” vs “정책 전환은 긍정적, 더 속도내야”

원자력업계와 학계에서는 탈원전정책이 감당하기 힘든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들은 국내 원전산업 생태계 붕괴와 수출 차질, 전기요금 인상, 온실가스 급증 등을 이유로 에너지 전환을 반대하고 있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는 “탈원전의 문제점은 지난 1년간 발견됐다”면서 “원전 가동률이 60%까지 떨어지면서 지난겨울 급전 지시를 10차례씩 했다. 부품과 부식 등 안전문제를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웠지만 본질적으로는 탈원전을 철저히 이행하려다 보니 필요 이상으로 가동정지 기간을 길게 가져갔다”고 분석했다. 주 교수는 “원전 전력을 대체하기 위해 석탄발전을 늘려서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문제도 커졌다”면서 “발전 가격이 비싸지면서 한전은 2분기 연속 적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환경단체와 재생에너지업계 등은 더 빠르고 광범위한 에너지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장은 “정부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방향을 설정하고, ‘에너지전환’이란 용어를 공식화한 점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선언에 그치지 않고 큰 시스템 전환을 잘 이행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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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 성패 ‘전기요금’에 달려

‘에너지전환’ 정책의 성패는 탈원전으로 야기되는 전기요금 인상을 소비자인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다.

국민도 탈원전과 탈석탄 등 친환경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해 월평균 전기요금을 1만5013원 더 부담할 의향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8일 ‘탈원전·에너지전환 정책의 성공 요건’이라는 보고서에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7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 조사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국민의 지불 의사는 지난해 10월 조사(월 1만3680원)보다 9.7% 증가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설문 결과일 뿐이다. 전례에 비춰보면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반발은 매우 거셀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에너지전환으로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원자력과 석탄 발전으로 만든 전기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보다 저렴하다. 산업조직학회와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작년 말 원전의 각종 사회비용을 반영한 한국형 ‘균등화 발전비용(LCOE)’을 산정했지만, 2030년이 돼야 대규모 태양광의 LCOE가 원전보다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더 비싼 전력에 따른 비용을 소비자가 전기요금으로 부담하지 않으면 결국 전기공급자인 한국전력이 흡수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한전의 실적을 보면 흡수할 여력이 크지 않아 보인다. 한전은 원전 가동률 저하와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2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또 탈원전 정책으로 성장동력이 사라진 국내 원전산업을 위해 원전 수출을 지원하고 원전 해체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원전 수출이 아직 확정된 게 없으며 해체산업은 이제 막 시작한 단계라 시장 규모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이천종·정지혜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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