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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당진에 쌓인 ‘라돈침대 산’…“시골사람은 죽어도 되는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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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고대리 주민들, 반입 반대하며 이틀째 농성

“누가 라돈 반입된 곳 해산물 먹겠느냐” 불만

정부 “반입된 1만4천개라도 처리하자”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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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충남 당진항의 옛 동부제강 열연공장 앞 고철야적장에 전국에서 회수한 라돈침대 가운데 1만4천여개가 쌓여 있다. 이 침대들은 지난 16일 이곳에 반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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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쓴 도시 사람 목숨은 중하고 시골 사람들은 죽어도 되는 거유?”

정부가 전국에서 회수한 라돈침대를 충남 당진에서 몰래 처리하려다 이를 뒤늦게 안 주민들의 반대로 반입이 중단됐다. 정부는 반입한 침대만이라도 당진 현지에서 처리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충남 당진시 송악읍 고대1리 주민들은 18일 당진항의 옛 동부제강 열연공장 앞 고철야적장 입구에서 이틀째 라돈침대 반입에 반대하는 농성을 계속했다. 김아무개(78)씨는 “폐암을 일으키는 라돈 침대를 회수한다는 뉴스는 봤지만, 그 침대들이 우리 동네로 들어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선거 끝난 주말에 몰래 라돈침대를 당진에 버리고서는 우리에게는 (라돈침대가) 안전하니 믿고 받으라고 한다. 우리가 바보냐”라며 불끈 쥔 주먹을 흔들었다. 최아무개(73)씨는 “그 좋던 바다를 대기업에 다 내주고 바지락 양식장과 횟집 몇집 남은 게 전부인데 라돈침대가 들어왔으니 누가 이곳 해산물을 먹겠느냐”고 가슴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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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 고대리 주민들이 18일 오후 옛 동부제강 열연공장 앞 고철야적장 입구를 막은 채 이틀째 라돈침대 반입에 반대하는 농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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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야적장은 6만6천여㎡ 규모로, 입구에서 오른쪽은 고철 더미가, 왼쪽은 약 200m 길이에 5~6단씩 라돈침대가 야적돼 있었다. 눈 덮인 야산 같았다. 바닷바람은 연신 찢긴 비닐에 덮인 침대 더미를 타고 야적장 너머 고대리 안섬마을로 불었다. 이 침대들은 지난 16일 이곳으로 반입됐으며 전국에서 수거한 라돈침대 2만4천여개 가운데 일부다. 정부는 회수한 침대를 이곳에서 해체해 스프링 등 고철은 제철공장에서 처리하고 라돈 성분은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분장으로 보낼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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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시 송악읍 주민들이 18일 고철야적장 라돈침대 더미 앞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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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는 지난 15일 오후 고철야적장을 운영하는 ㅂ업체 대표로부터 ‘우정사업본부와 회수한 라돈침대를 받는 계약을 했다’는 통보를 받은 뒤, 이런 사실을 주민에게 알렸다고 한다. 이에 주민들은 16일 회의를 열어 결사반대 결의를 하고 17일 새벽부터 야적장 입구를 봉쇄하고 라돈침대 반입을 저지했다. 이로 인해 라돈침대를 실은 화물차들은 야적장 앞 도로에서 대기하다 오후 늦게 충남 천안의 대진침대 공장으로 돌아갔다.

정부는 반입이 한창이던 16일 오후 뒤늦게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통해 “라돈침대는 안전하다”는 설명회를 열어 주민 반발을 키웠다. 당진시 이장단협의회는 18일 오후 긴급회의를 열어 라돈침대 당진 반입 진상 규명 및 이낙연 국무총리의 사과와 당진에 반입된 문제의 침대 전량을 즉시 반출할 것을 결의했다.

이해선 당진시 경제환경국장은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에서 항만청을 통해 당진에 라돈침대를 반입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 여러 경로로 주민 입장을 전달했으나 추가 반입을 하지 않는 대신 반입한 침대는 당진에서 처리하자고 한다”고 전했다. 김홍장 당진시장은 “라돈침대 추가 반입에 반대하고 반입한 라돈침대를 회수해 갈 것을 정부에 거듭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진/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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