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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르포] '뜨거운 감자' 제주 예멘 난민 채용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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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여명 북적…안전우려‧인권문제 시선 교차 올들어 549명 난민 신청…인도적 차원서 취업알선

뉴스1

1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앞이 난민 신청 예멘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2018.06.18/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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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 "전투기가 날아다니고 온 동네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려요. 무서워서 도저히 살 수가 없어요. 건장한 남성들은 군대에 끌려가거나 폭탄에 맞아 죽고 있어요."

1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이하 출입국청)에서 만난 아델(41)은 끔찍했던 예멘에서의 기억을 더듬으며 "지붕에서 사람들이 총을 들고 다닌다. 피신이 일상이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3남2녀의 아버지라고 밝힌 아델은 "가족들은 도시에서 많이 떨어진 곳에 머물게했다. 하지만 그곳도 안전하진 않다"며 "하루빨리 돈을 벌어 가족들을 한국으로 데려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출입국·외국인청은 300여 명의 예멘 난민 신청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생계·의료지원이 필요한 예멘인들을 위해 취업상담과 의료지원을 한다는 소식에 몰려든 것이다.

제주예멘난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들은 1년치 생활비를 들고 제주를 찾았지만, 물가가 달라 1~2개월 만에 동이 나 버려 길가에 나앉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원칙대로라면 난민법에 따라 난민 심사기간이 6개월을 넘긴 시점부터 취업이 가능하지만, 출입국청은 생계 어려움을 호소하는 제주 거주 예멘인들을 위해 특별히 조기 취업을 허용했다.

지난 14일 양식장과 어선 선원으로 200여명의 취업을 연계해준데 이어 이날은 인력이 필요한 요식업 업주들을 불러 예멘인과 취업을 연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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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앞이 난민 신청 예멘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2018.06.18/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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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씨(37·제주시)는 "우리는 꾸준히 일할 사람이 필요하고 이들은 일자리가 필요하니 절실함이 잘 맞으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지 않겠느냐"며 "전쟁을 피해 살려고 온 사람들에게 섣불리 선입견은 갖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거리낌 없이 예멘인들을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지만 문화 차이 등으로 인해 채용을 꺼리는 경우도 있었다.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출입국청을 찾은 어선주 박모씨(54·서귀포시)는 "당장 인력이 필요해서 오긴 왔지만 예멘인들이 지역에서 잘 어울려 살 수 있을지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왜 젊은 남성들만 이토록 많이 왔는지, 범죄 우려는 없는지 등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난민 신청을 낸 예멘인들은 가족 단위도 있지만 건장한 젊은 남성들이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김성인 제주예멘난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예멘에서 젊은 남성들은 군대에 끌려가거나 학살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가장 위험한 나이"라며 "살기 위해 제주를 찾았고, 본인과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먹고 살 거리를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필 제주를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말레이시아에 갔지만 난민협약국이 아니기 때문에 체류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난민협약국이자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제주로 떠밀려오게 된 것"이라며 "이들은 돌아갈 곳이 없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낯섦과 다름에 대한 경계는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지만 혐오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며 "법무부는 제주에 들어온 예멘인들의 거주지를 제주로 제한하면서 무사증 입국의 책임을 제주에 떠넘기고 있지만 난민법상 난민에 대한 보호 책임은 엄연히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난민을 신청한 이들은 위험한 사람들이 아니지만 절박한 상황에서 사소한 문제로라도 문제가 불거지면 갈등을 빚을 수 밖에 없다"며 "단순히 난민문제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공존의 문제로 접근해 위기·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멘 난민 수용 문제를 놓고 안전과 인권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그동안 우리 정부는 난민법 제정 이후 난민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적 없지만 이제는 수면 위로 올려서 정치적 기조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출입국청은 예멘인들을 대상으로 한국 법질서와 문화, 성범죄 예방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 뒤 요식업주들과 만남을 주선했다.

한편 출입국청에 따르면 올들어 6월15까지 제주에 입도한 예멘인은 561명으로, 그중 549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예멘 난민신청자가 2015년 0명, 2016년 7명, 2017년 42명에 그쳤던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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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제주에 체류중인 예멘 난민신청자들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취업 전 교육을 듣고 있다. 2018.06.18/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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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y0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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