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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칼럼]암호화폐와 게임의 만남, 결국 금기 두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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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희 두나미스컨설팅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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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암호화폐를 적용한 모바일게임에 '사행성'을 이유로 등급재분류 판정을 내렸다. 게이머에게 현금화가 가능한 암호화폐를 게임플레이에게 보상 형태로 지급하는 것을 사행 요소로 본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게임 규제에 유지해 온 원칙은 게임 내에서 얻은 결과물을 게임 밖에서 현금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온라인게임 아이템 중개서비스 업체를 통해 개인 간 거래를 허용하는 것이다. 이 역시 아이템, 즉 결과물이 게임 밖에서 활용될 수 없다는 원칙을 적용한다.

정부는 아직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를 하지 않았다. 그나마 알 수 있는 것은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하고 발전시키되 암호화폐 공개(ICO)는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암호화폐와 게임 규제 원칙은 추론할 수 있다. 암호화폐가 게임 밖에서 현금화, 환전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게임사는 이제 신중해야 한다. 게임물관리위가 적용해 온 '사행행위' '사행성' 판단 기준 적절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번 등급재분류 결정은 현행 법 체계와 규제원칙 안에서 나올 수 있는 결론이다. 예측 가능했다는 것이다.

게임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규제 기관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말아야 한다. 규제 기관을 테스트해 보겠다는 심산으로 돌발행동을 하기에 앞서 이 같은 행동이 전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

규제 기관이 돌발행동을 두고 현행 법 체계와 규제 정책에 도전하는 행위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후발업체를 바라보는 규제 당국 입장은 부정 시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사례는 이른바 규제 산업인 게임과 새로운 규제 대상인 암호화폐 결합이다.

새로운 산업과 기술이 '신뢰할 수 없는' 규제 대상으로 낙인찍히게 되면 행정력이 동원되고, 사법 판단이 이뤄진다.

더욱 강화된 규제 법률이, 그것도 아주 재빠르게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가능한 한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업체들이 연대해서 규제 당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이 규제 리스크 관리 기본 중 기본이다.

게임물관리위의 최종 판단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이러한 판단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있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게임 시장 전체에 대해 불길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게임에 프라이빗(폐쇄형) 블록체인을 사용해 암호화폐를 게임 내 게임머니처럼 사용하도록 운영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게임 내에서 생산되고 활용되도록 설계하면 된다.

세계에서 게임과 블록체인·암호화폐 결합은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게임 플레이에 대한 보상을 기본으로 △게이머 눈길을 끌기 위한 마케팅 수단 △게이머들에게 탈중앙화된 서버를 제공하고 게임 개발자들이 게임이 전개되는 것에 영향을 줄 수 없도록 설계해서 진정한 블록체인 기반 게임플레이가 가능토록 하는 보조 수단이 그것이다.

규제 때문에 국내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해외에서 개발자와 게이머들은 현실과 연계된 탈중앙화 게이밍을 경험하고 있다. '이더크래프트' '크립토키티' '헌터코인' 등이 그 예다.

관련업계는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하며 게이머들을 적극 모으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가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부분이다.

암호화폐 특성인 경제시스템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해서 암호화폐 가치를 현금화하더라도 아주 낮은 가격으로 설정되도록 설계하면 사행성 논란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보인다.

아직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활용한 게임 가운데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탁월한 모델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가상현실과 실제 세계 간 경계를 허물고 싶은 개발자 상상력과 IT 기술 발전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게임이다.

확실한 사실은 금기를 두지 않고 계속 시도하고 시험해야 혁신 모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주 가까운 미래에 게임물관리위가 지켜온 규제 원칙이 완전히 낡은 것이 될 수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게임물관리위, 업계, 전문가, 연구자들과 함께 규제 방향과 가이드라인을 진지하게 구체화해서 논의해야 하는 이유다.

이주희 두나미스컨설팅그룹 대표=dunamis@duvnam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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