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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건물주 불법 행위, 고스란히 세입자가.."불법 용도변경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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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용도변경 근린생활시설에 세입자 피해
부동산 수수료 2배 이상 지급...전세대출도 못 받아
전문가들 "처벌 강화해야"
지자체 "적발 쉽지 않아"


파이낸셜뉴스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사진=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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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 원룸을 구한 이모씨(29)는 부동산 계약서를 보는 순간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씨는 '살 집'을 구했다. 그러나 계약서에는 '비주거용 건축물'이라 적혀있었다. 건물주가 불법으로 용도변경을 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었다. 부동산 업소 수수료(복비)도 말썽이었다. 이씨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짜리 원룸 계약을 하는데 중개업자가 복비로 49만5000원을 요구했다. 비주거용 건축물인 근린생활시설은 복비가 높기 때문이다. 주거용 건축물이라면 20만원만 내면 그만이었다.
이씨는 "왜 불법은 건물주가 저지르고 피해는 세입자가 받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불법 용도변경된 건물 때문에 세입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가 건물이 다가구 원룸 등으로 불법 용도변경된 건물의 월세 세입자들은 일반 주택보다 2배 넘는 부동산중개료를 지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건물주의 '불법 행위'로 전세대출도 받지 못해 '주거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불법 용도변경, 복비 높고 전세 대출 못 받아
18일 전국 17개 시·도 조례에 따르면 임대차 중개보수는 1억원 미만 주택은 0.4%(30만원 한도), 5000만원 미만 주택은 0.5%(20만원 한도) 상한선 수준이다. 2015년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의 개정에 따라 주거용 오피스텔도 중개보수는 0.9%에서 0.4%로 떨어졌다.

이에 비해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되는 상가의 매매·임대차 거래는 주택보다 중개보수가 비싸다. 거래금액의 0.9%까지 중개보수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불법으로 용도 변경한 상가 건물들이 버젓이 '원룸'으로 거래되고 있는 점이다.

서울 동작구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대학교(중앙대) 인근에 원룸 수요가 많아 근린생활시설을 불법 용도 변경한 건물이 많다"며 "근린생활시설이 주차 등 각종 규제가 적어 건물주 입장에서는 편하다"고 말했다.

'불법'의 피해는 오롯이 세입자들이 진다. 세입자들은 계약서를 보고 나서야 자신들이 입주할 건물이 불법으로 용도 변경된 사실을 안다. 지난해 1월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 월셋집을 구한 천모씨(25)는 "원룸 계약서를 보고 나서야 복비가 비싼 것을 알았다"며 "살 집을 찾느라 지친 마당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원룸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천씨는 "부동산에 복비가 비싸다고 따지니까 그제서야 선심 쓰듯 깎아줬다"며 "모르고 계약을 했으면 더 큰 피해를 볼 뻔했다"고 전했다.

세입자들은 전세 대출에도 제한을 받는다. 불법 용도 변경된 근린생활시설은 판례상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버팀목 대출이나 제1금융권 전세 대출을 받을 수 없다.

■"건물주 처벌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불법 용도변경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불법 용도변경에 대한 과태료 처분이나 시정명령을 하지만 안 지키는 건물주가 많다"면서 "이행강제금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불법 용도변경은 안전 규제가 허술해 차후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불법 용도 변경한 건물의 중개 업무를 맡은 공인중개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단속 권한이 있는 지자체 측에서는 현실적으로 적발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주택건축국 관계자는 "관련 민원을 받고 적발에 나서더라도 건물주가 문을 걸어 잠그고 열어주지 않는다"며 "실제 단속에 따라 시정조치를 하더라도 불법 용도변경에 따른 이득이 많아 건물주가 시정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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