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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지하철 역사내 휴지통에는 ‘반도 안 먹은’ 일회용컵 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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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원 액체분리 이중고



“아이고. 더워지니 음료수 쓰레기도 늘어나네요”. 지하철 역사내에 액체가 담긴 상태 그대로 마구 버려지는 일회용 음료수컵 쓰레기가 늘면서 지하철 청소원들의 손이 쉴새 없이 움직였다.

지난 12일 서울 지하철 시청역에서 분주히 쓰레기통을 비우는 환경미화원 이모(64) 씨의 이마에는 땀방울 송골송골 맺혔다. 쓰레기통을 비운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았지만 어느새 버려진 일회용컵들이 가득 쌓였다.

“액체는 큰 통에 따라 버리고, 쓰레기만 따로 모아야해요.” 이 씨는 쓰레기통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세워 놓은 음료수컵 뚜껑을 열어 큰 통에 남은 액체를 들이붓는 작업을 반복하며 말했다. 특히 최근 ‘싸고 용량이 많은’ 커피 전문점이 속속 늘어나면서, 다 마시지 못한 음료수가 절반 이상 남은 채 버려진 컵들이 더욱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헤럴드경제

분리수거함 위에 버려져 있는 일회용 컵들.환경미화원이 음료수컵에 남은 액체를 분리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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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원들을 힘들게 하는 건 음료수 자판기 위, 플랫폼 벤치 아래, 계단 모서리, 화장실 위생용품 수거함 등 기상천외한 곳에 버려지는 음료수 컵들이다. 지나가다 누군가 발로 차서 쓰러지거나,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면 시민들이 음료수 잔여물을 뒤집어쓰는 경우도 잦다. 그럴 때 쏟아지는 항의와 민원을 감내해야 하는 건 결국 환경미화원들이다.

설상가상으로 도통 지켜지지 않는 분리수거로 인해 작업 단계는 수차례 늘어난다. 뚜껑을 열고 액체를 붓고 다시 쓰레기 봉투에 컵과 빨대, 컵홀더를 버리는 작업으로 쓰레기를 수거했다면 다음 작업은 본격적인 분리수거다.

“수거하는 시간보다 분리하는 시간이 길 때도 있어요”. 이 씨는 지하철 역사를 한바퀴 돌며 수거한 쓰레기들 봉투를 가지로 지하철역 내 이동했다. 모아둔 쓰레기를 다시 한번 분리수거하기 위해서다. 종이로 만든 홀더를 분리하고, 플라스틱 빨대 역시 따로 분리한다. 한차례 액체를 분리한 컵들이지만 분리수거에는 두번, 세번 손길이 필요하다.

기본적인 분리수거조차 이뤄지지 않는 막무가내식 쓰레기 투기에 환경미화원들은 업무는 이중으로 늘어난다. 서울 지하철 쓰레기통은 세칸으로 나뉘어 각각 일반쓰레기, 재활용품(비닐ㆍ플라스틱), 유리병ㆍ캔ㆍ페트를 버리게 돼 있지만 이를 지켜가며 버리는 경우는 손에 꼽는다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증가하는 음료수컵에 한숨 쉬는 환경미화원들은 버스 승차시 음료수 반입을 금지하도록 한 정책이 부럽기만하다. 그러나 지하철은 버스와 달리 출입구 많아 반입을 금지하기 어려운 환경인 탓에 비슷한 정책을 도입하더라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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