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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 검찰총장, 文대통령 만난 자리서 "자치경찰제를 法에 못 박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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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데 수사권 조정 논의과정서 빠져

검찰 "경찰 거대권력 분산해야"

문무일 검찰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에 자치경찰제를 도입한다는 내용도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문 총장은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는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며 "그런데 현재 (검경 수사권 조정) 정부 입법안(案)에는 자치경찰제를 위해 노력한다고만 돼 있는 걸로 안다. 이 부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청와대는 수사권 조정을 하고 그 뒤에 자치경찰제를 도입할 수도 있다고 말해왔다.

이날은 문 대통령이 문 총장을 불러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수사권 조정안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정부안에는 경찰이 죄가 된다고 판단하는 사건만 검찰로 송치하고, 송치 전에는 검찰이 사건 지휘를 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대로 되면 경찰은 독립적인 1차 수사기관이 돼 전보다 힘이 세진다. 문 총장은 이런 자리에서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가 동시에 시행될 수 있도록 법에 못 박아달라고 대통령에게 요구한 것이다.

자치경찰제는 시장·도지사 소속의 지역 경찰이 관내 치안을 책임지는 제도다. 경찰청장이 전국 경찰을 지휘하는 현 국가경찰제와 달리 지역별로 권한을 나누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자치경찰제는 경찰 권한 분산 방안의 하나로 제시돼 왔다. 검찰은 "경찰에 대한 유일한 견제 수단인 검사 지휘가 없어지면 11만 경찰은 제어할 수 없는 거대 권력이 된다"고 해왔다.

그러나 자치경찰제는 검경 간 이견 등으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그동안 자치경찰제 동시 도입 요구에 대해 "수사권 조정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런데도 문 총장이 대통령에게 자치경찰제 도입을 요구한 것은 검찰 권한을 줄이는 현 정부의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내비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14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을 비공개로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기 하루 전이었다.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문 총장에게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고 송치 전 검찰의 수사 지휘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수사권이 조정될 것 같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한다. 문 총장은 이후 대검 참모 등과 회의를 갖고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동시 도입 등 문 대통령에게 건의할 내용을 정리했다고 한다.

검찰이 자치경찰제 동시 시행을 요구하는 이유는 경찰 권한 분산이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검찰은 지금까지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는 것을 반대해왔다.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는다는 것은 경찰이 재판에 넘길 만한 사건만 검찰로 송치하고 그렇지 않은 사건은 무혐의 판단을 내려 자체 종결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경찰이 무혐의로 송치한 사람이 검찰 조사 후 기소되는 경우가 매년 4만건이 넘는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한 번 더 사건을 보지 않을 경우 이 같은 '경찰권 남용' 사례를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주요 사건에서는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기 전이라도 검사가 수사 지휘를 통해 사건 처리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법리를 잘못 해석해 엉뚱한 방향으로 수사해서 사건을 송치하면 다시 사건을 경찰에 넘겨 수사하게 해야 한다"며 "이러면 관련자들이 2~3번 경찰 조사를 받는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윤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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