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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무릎 한번 꿇고 끝? 조용한 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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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지도부 사퇴 후 맞은 첫 주말, 비대위 구성 논의도 논평도 없어

무릎 꿇었던 의총, 참석률은 절반… 일부 "골프 약속 있다, 미루자"

6·13 지방선거에서 역대 선거 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한 자유한국당은 선거 후 사흘이 지나면서부터 다시 평온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지난 14일 당 지도부가 동시 퇴진했지만, 첫 주말인 16~17일 당엔 아무런 공식 일정도, 정국 현안에 대한 논평도 없었다. 당 안팎에선 "당을 수습할 사람도, 대책도, 의지도 없는 정당"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당은 지난 15일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수습책을 논의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무릎을 꿇고 "국민께서 주신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대형 현수막 아래서 큰절도 했다. 그러나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은 한국당 전체 의원 112명 가운데 절반인 60여명에 불과했다. 일부 의원들은 "골프 약속이 있다"며 의총을 연기해 달라는 요청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제대로 된 패인(敗因) 분석과 반성도 없이 '사죄 쇼'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일보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과 한국당 의원들이 15일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무릎을 꿇고 있다.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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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의원 등 일부 현역이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더 이상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인사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묻는 말에 "내가 그만둔다고 당 위기가 수습되겠느냐. 당장은 불출마를 선언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당 수습책에 대한 논의도 진전이 없다. 비대위를 구성할지 전당대회를 할지도 확정하지 못했다. 비대위를 구성하자는 측에서도 비대위 위원을 외부에서 영입할지, 내부에서 추대할지를 놓고 말이 엇갈리고 있다. 외부에서 비대위원을 찾는 대신 각 계파가 친박·비박, 선수에 따라 자리를 나눠 먹는 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물밑에선 당권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일부 중진 인사들은 17일 오후 여의도 모처에서 조기 전당대회 소집 방안 등 당권 문제 논의를 위한 모임을 가지려다 언론에 공개되자 취소했다. 한편에선 일부 비박 의원 그룹이 이미 특정 인사를 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비대위 체제를 염두에 두고 실행 준비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에 맞서 친박계에선 40·50대 친박 출신 의원을 내세워 조기 전대 소집을 관철하려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당내에선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당의 진로를 모색하기보단 난파선에서 서로 선장이 되겠다고 다투는 모양새"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 침묵해 온 일부 초선의원들이 뒤늦게 중진 퇴진론을 주장하고 나선 데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가 제기된다. 김순례·성일종·이은권·정종섭·김성태 등 자유한국당 초선의원 5명은 지난 15일 오전 회견을 열고 중진들을 향해 정계 은퇴와 당 운영 전면에 나서지 말 것을 촉구했다.

이에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은 블로그를 통해 "홍준표 대표 시절 입 한번 뻥끗하지 않았던 이름만 초선인 사람들이 갑자기 왜 저러지 싶다"며 "홍준표 대표의 막말에 버금가는 궤멸의 진짜 책임자"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간 2020년 총선 참패도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총선에서도 참패해야 정신을 차리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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