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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예측하는 전자발찌 곧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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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지능형 전자발찌’ 개발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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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를 죽였습니다.”

3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피의자 강모 씨(32)는 “헤어지자”는 말에 격분해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범행 당시 강 씨는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 그는 성범죄 전과가 있었다. 하지만 관할지역 보호관찰소는 강 씨의 살인극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강 씨는 범행 후 이틀간 거리를 활보하다 스스로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 현실로 다가온 ‘마이너리티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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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는 살인 등 강력범죄와 성범죄 전과자의 범행 재발을 막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최근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효용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9월 강원 원주시에서 전자발찌 착용자 A 씨(36)가 같은 건물에 사는 이웃집 여성의 집에 침입해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A 씨의 위치는 보호관찰소 시스템에 집을 뜻하는 ‘홈(H)’으로 표시됐다. 국내에서 쓰이는 전자발찌는 착용자의 위치만 확인해 추적할 수 있다. 추가 범행 여부를 알 도리가 없다. 현재로선 전자발찌 착용자에게 위치 추적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주는 게 사실상 전부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법무부는 2016년부터 ‘지능형 전자발찌’ 개발을 시작했다. 위치뿐 아니라 착용자의 다양한 생체정보를 관찰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시스템이다. 미래에 발생할 범죄를 예측한 뒤 경찰이 출동해 범죄자를 체포하는 내용의 공상과학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연상케 한다.

지능형 전자발찌는 맥박과 움직임 체온 호흡 등을 분석한다. 맥박으로 음주 여부를 감지하는 기술은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술을 마셨을 때와 격렬한 운동을 했을 때 맥박이 다른 걸 이용한 것이다. 성범죄자가 술을 마신 뒤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는 걸 감안했다. 움직임 감지 기술도 구축됐다. 전자발찌 착용자가 누워 있는지, 움직임이 격렬한지 모니터링할 수 있다. 비명을 감지하는 기능은 아직 검토 단계다.

이런 모니터링 정보를 장기간 분석한 뒤 평소와 다른 패턴을 보이면 보호관찰소가 ‘범죄 징후’로 간주한다. 담당 보호관찰관이 면담 주기를 조정하는 등 예방적 조치가 가능하다. 법무부는 올 하반기에 간담회를 열어 구체적인 지능형 전자발찌 개발상황 및 도입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 ‘재발 방지’ vs ‘인권 침해’

지능형 전자발찌 도입에 가장 큰 걸림돌은 인권 침해 논란이다. 현행 전자발찌 제도를 놓고도 비슷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12년 한 전자발찌 착용자가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하지만 합헌 판결이 내려졌다. 개인정보 전문가인 이은우 변호사는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범하는 건 아닌지 위헌 여부를 다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자발찌 착용 기간에는 어느 정도 사생활 침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실효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보호관찰관이 부족하기 때문에 적절한 모니터링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경우 보호관찰관 1명이 전자발찌 착용자 19명을 관리한다. 미국의 2배 규모다. 지금도 모니터링 업무가 과중한 상태라 지능형 전자발찌가 도입돼도 실효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차라리 보호관찰관과 심리치료 인력을 늘리는 게 재범 방지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모든 성범죄 전과자에게 (지능형 전자발찌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재범 가능성이 높거나 흉악범죄자에게는 다른 치료와 함께 적용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