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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老학대 절반이 부부… 4년간 倍이상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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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중 60대 이상이 43% 차지… 70대 이상도 두배 가까이 늘어

“당신, 자꾸 말 안 들으면 목 졸라 죽일 수도 있어.”

아내(69)를 향한 A 씨(74)의 협박이 시작됐다. A 씨는 20대에 결혼한 이후 수십 년간 일주일이 멀다 하고 아내에게 이런 폭언과 주먹질을 일삼았다. 참다못한 아내가 A 씨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적이 있지만 퇴원 후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노인이 노인을 괴롭히는 이른바 ‘노노(老老) 학대’가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전국 노인보호전문기관이 노인 학대로 판정한 4622건을 분석한 결과 가해자 5101명 중 60대 이상이 2190명(42.9%)이었다고 밝혔다.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3년엔 전체 가해자 4013명 중 60대 이상이 1372명(34.2%)이었다. 특히 70대 이상 가해자는 같은 기간 794명에서 1363명으로 늘었다.

노노 학대의 절반 이상은 A 씨의 사례처럼 부부 사이에서 이뤄진다. 아내나 남편을 학대한 배우자는 2013년 551명에서 지난해 1263명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 노인부부 가구에서 벌어진 신체적 학대와 성적 학대는 총 919건으로 전체 학대 2026건 중 45.4%를 차지했다. 김상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연구상담팀장은 “오랜 기간 갈등이 쌓이면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돼 심한 학대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학대를 당한 당사자가 이를 스스로 호소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2013년 노인학대 3520건 중 피해자가 직접 신고한 사례는 842건(23.9%)이었지만 지난해엔 전체 4622건 중 431건(9.3%)으로 줄었다. 자녀 등 친족이 신고한 비율도 같은 기간 16.8%에서 8.8%로 감소했다. 여전히 학대 피해자나 가족이 노인 학대를 ‘가정 내의 일’로 보고 신고를 꺼린다는 뜻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