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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월드컵 불운아’ 메시·호날두·네이마르 … 이번엔 악연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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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에서 전설로 남으려는 선수들

메시·호날두, 4년 뒤엔 35·37세

월드컵 우승 한 풀 마지막 기회

네이마르, 4년 전 부상에 벤치신세

독일과 4강 1-7 완패 빚갚기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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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서 대관식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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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쇼핑거리에서는 아르헨티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31·FC바르셀로나)와 포르투갈의 스트라이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레알 마드리드)의 얼굴이 그려진 마트료시카(Matryoshka)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트료시카는 나무로 만든 러시아 전통 인형을 말한다. 가격은 4500루블(7만8000원)인데,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맞아 불티나게 팔린다. 또 모스크바 시내에는 국적과 인종을 초월해 메시 와 호날두의 축구팬들이 넘쳐난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각국 보도진이 가장 많이 취재 신청을 한 경기는 메시와 호날두가 나오는 아르헨티나나 포르투갈의 경기다. 메시와 호날두는 해마다 최고 축구선수에게 수여하는 발롱도르를 지난 10년간 나눠 가졌다. 하지만 천하의 메시와 호날두도 들지 못한 우승컵이 있다. 바로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다.

메시는 ‘전차군단’ 독일 앞에선 ‘소총수’였다. 메시는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 8강에서 잇따라 독일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4골-1도움을 올리며 결승행을 이끌었지만 연장전 끝에 독일에 0-1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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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월드컵 결승에서 독일에 패한 직후 인파 속에서 우승 트로피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메시. 중국 청두 이코노믹 데일리 사진기자가 찍은 이 장면은 2014년 세계언론사진 스포츠 부문 최고의 사진으로 선정됐다. [사진 ESPN 캡처]




아르헨티나는 이번에도 ‘메시아’를 믿고 있다. 메시의 이름(Messi)에 감탄사 ‘아(ah)’를 붙이면 ‘메시아(messiah·구원자)’가 된다. 메시는 지난해 10월 월드컵 남미예선 에콰도르와의 최종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탈락 위기에 놓였던 조국을 구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감옥에 TV가 안 나와 메시의 플레이를 볼 수 없자 죄수들이 단식 투쟁을 벌였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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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을 꿈꾸는 리오넬 메시. [메시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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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는 모차르트나 아인슈타인처럼 천재성을 타고 났다. 키가 1m70㎝에 불과하지만 현란한 드리블로 장신 수비수들을 제치고, 상대 골키퍼를 꼼짝 못하게 하는 왼발 킥을 뿜어낸다. 골을 터뜨린 뒤 마치 ‘축구의 신’인 양 양팔을 벌리며 그라운드를 질주하거나 호쾌한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친다.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16일 오후 10시 아이슬란드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시작으로 크로아티아·나이지리아를 상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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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는 전매특허인 호우 세리머니를 펼친다. 공중에서 180도 회전을 한 뒤 두 팔을 쭉 뻗는다. 국내에는 호우, 주우우우라고 외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지(Si)다. [호날두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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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는 2년 전 유로 2016에서 포르투갈의 깜짝 우승을 이끌었다. 3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그는 이제 메시와 함께 마지막 월드컵을 꿈꾸고 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포르투갈은 4위에 올랐지만 호날두는 1골에 그쳤다. 4년 뒤 남아공에서도 호날두는 1골에 머물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1골에 그치며 예선 탈락했다.

메시가 천재형이라면 호날두는 노력파다.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 소속인 호날두는 올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유벤투스(이탈리아)와의 8강전에서 우아한 백조처럼 날아올라 오버헤드킥으로 골을 터뜨렸다. 전날 훈련에서 연습한 자세를 실전에서 그대로 재현했다.

어린 시절 체구가 작아 별명이 ‘아벨리냐(포르투갈어로 작은 벌)’로 불렸던 호날두는 매일 복근 운동을 3000회씩 하면서 근육질 몸을 만들었다. 호날두의 전매특허는 ‘호우 세리머니’다. 공중에서 180도 회전을 한 뒤 두 팔을 쭉 뻗는 동작이다.

포르투갈은 16일 오전 3시 스페인과 1차전을 시작으로 모로코·이란을 상대한다. 포르투갈은 객관적 전력상 우승 후보가 아니지만 호날두가 골 결정력을 발휘한다면 ‘유럽 챔피언’에 이어 ‘월드 챔피언’의 자리에 오를 수도 있다.

4년 뒤 2022년 카타르에서 열리는 월드컵 때 호날두는 37세, 메시는 35세가 된다. 어쩌면 러시아 월드컵이 생애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호날두와 메시는 러시아에서 진정한 축구 황제의 자리에 등극하기를 바라고 있다. 두 사람은 이미 월드 클래스지만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올려야만 펠레(브라질)나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급 반열에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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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공격수 네이마르는 펠레 후계자라 불린다. 골 세리머니로 브라질 공격수 호나우두처럼 손가락을 까딱거리거나 무릎 슬라이딩 혹은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친다. [네이마르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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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날두(메시+호날두)’의 대항마는 브라질 공격수 네이마르(26·파리 생제르맹)다. 그는 전 세계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선수다. 지난해 파리 생제르맹 이적 당시 역대 최고인 2960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했다.

네이마르는 2014년 홈그라운드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는 눈물을 흘렸다. 4강에서 독일에 1-7로 참패를 당하는 걸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콜롬비아와의 8강전에서 부상을 당해 독일과의 4강전에선 뛰지 못했다. 그래서 네이마르는 이번 월드컵에서 4년 전의 아쉬움을 털어내겠다는 각오다.

네이마르는 지난 2월 프랑스 프로축구 경기 도중 오른발 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지만 꾸준한 재활 훈련 끝에 다시 일어섰다.

지난 4일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서는 수비수 2명을 제친 뒤 오른발 슛으로 골을 터뜨렸다. 11일 오스트리아전에서도 그는 골을 터뜨리면서 2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네이마르는 명실상부한 펠레의 ‘후계자’다. 예측 불허의 플레이로 골망을 흔든다. 네이마르는 “내가 골을 터뜨리지 못하면 브라질 국민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2억 명의 브라질인들이 그의 발끝에 기대를 건다. 그의 주변에는 쿠티뉴(바르셀로나), 피르미누(리버풀) 등 훌륭한 조력자가 많다. 브라질은 스위스·세르비아·코스타리카와 E조에 편성됐다. 브라질은 18일 오전 3시 스위스와 첫 경기를 치른다.

모스크바=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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