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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리처드 3세’와 포퓰리스트는 닮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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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

17일까지 LG아트센터서 공연

중앙일보

독일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가 14일 연극 ‘리처드 3세’ 공연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뒤에 보이는 포스터 속 배우는 리처드 3세 역으로 분장한 라르스 아이딩어. [사진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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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디지털로 뒤덮인 세상에서 극장은 자신을 돌아보고 반추할 수 있는 공간이 됩니다. 포토샵이나 컴퓨터의 개입 없이 3차원 공간에서 진짜 배우가 진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이 젊은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겁니다.”

독일 연극계의 거장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50)는 극장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14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자신이 1999년부터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극장 ‘샤우뷔네 베를린’의 사례를 들며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로 세상과 소통하면서 젊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 실험 연극의 중심지로 꼽히는 샤우뷔네 베를린은 최근 20년 동안 55세 이상이었던 주 관객층이 20∼30대 청년층으로 바뀌었다.

그의 이번 방한은 2015년 초연한 그의 연극 ‘리처드 3세’ 내한 공연에 맞춰 이뤄졌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리처드 3세’를 14∼17일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린다. ‘인형의 집-노라’(2005년) ‘햄릿’(2010년) ‘민중의 적’(2016년)에 이은 네 번째 내한공연이다.

형제·조카들을 무자비하게 제거하며 왕좌를 차지했던 실존 인물 리처드 3세의 이야기를 그린 ‘리처드 3세’는 올해 한국 연극 무대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품이다. 지난 2월에는 황정민 주연, 서재형 연출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했고, 오는 29일부터 7월 1일까지는 프랑스 연출가 장 랑베르-빌드가 광대극으로 표현한 2인극으로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오스터마이어는 “시대마다 사람들이 각광하는 작품이 있다”면서 “사람들은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이 세계를 장악하고 있다고 말한다”며 ‘리처드 3세’의 인기 원인을 에둘러 짚었다. 또 자신의 연출 방향에 대해서는 “관객들이 독재자 리처드 3세의 사악한 면모를 자신의 내면 속에서 발견하고 놀라게 되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관객들에게 ‘당신은 과연 도덕적으로 부끄러운 행동을 저지르고 싶었던 적이 한번도 없었냐’고 묻겠다”는 것이다.

번역 작업도 그가 특별히 공을 들인 요소다. 독일 출신 극작가 마리우스 폰 마이엔부르크에게 번역·각색을 맡겼다. 오스터마이어는 “셰익스피어가 쓴 영어의 운문을 산문적인 대사로 바꾸었다”면서 “독일어는 영어보다 음절이 적고 흐름이 빠르기 때문에 산문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또 “한글 번역의 경우 자막의 위치가 이슈였다. 관객들이 자막을 보면서 무대 위 액션도 따라갈 수 있도록 시야의 중간에 배치했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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