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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 금리인상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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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13일(현지시간) 단행된 미국 금리인상은 충분히 예상된 일이다. 다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연말 기준금리 수준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에 따르면 올 하반기 미국 금리인상 회수가 기존 1회에서 2회로 늘어나 인상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아져 우리나라로서는 걱정이 커지게 됐다. 통상 0.25%P씩 올라가는 미국 금리인상 회수가 1회 더 늘어나는 게 대수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글로벌경제, 특히 우리나라 같은 신흥국 경제에 치명적 악영향을 줄 수도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 브라질 나비의 날갯짓 한 번이 대기에 영향을 주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영향이 증폭돼 나중엔 미국 텍사스를 강타하는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는 원래 기상학 가설이었다. 하지만 나중엔 주가 변화 등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틀로도 폭넓게 활용돼 왔다. 이번 미국 금리인상이 신흥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비슷한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1994~1997년 남미ㆍ아시아 외환위기는 미국 금리인상의 나비효과로 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 94년 2월 당시 FOMC가 기준금리를 3%에서 3.25%로 올렸다. 90년 걸프전 이래 미국 경기둔화를 막기 위해 저금리정책을 쓰다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지자 인상에 착수한 것이다. 그 때만 해도 미국의 움직임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나비의 날갯짓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후 미국 금리인상이 이례적으로 급격하게 진행됐다. 무려 1년에 걸친 연쇄 인상으로 단숨에 6%까지 치솟았다. 그러자 나비효과를 일으킬 잠복변수들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저금리의 달러 자금으로 흥청망청하던 멕시코 경제에 즉각 페소화 위기가 터졌다.

▦ 94년 12월이었다. 현지 정정불안이 위기를 가속화했지만 우리에겐 먼 나라 얘기일 뿐이었다. 하지만 페소화 위기 여파가 남미를 거쳐, 불과 1년여 만에 거품경제의 정점으로 치달았던 태국 등 동남아를 휩쓸고 우리나라를 향한 97년, 미국 금리인상의 나비효과는 어느새 괴멸적 해일을 일으킨 상태였다. 저금리에 따른 경제거품, 과잉 채무 등에 따른 기업 부실, 정책적 무지(無知)가 나비효과를 증폭시킨 악성 변수였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지만, 미국 금리인상이 또 다시 파괴적인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은 여전하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