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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보수 야당, ‘낡은 패러다임’을 버려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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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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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에서 보수 야당이 역대급 참패를 당하면서 그 후폭풍이 거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자유한국당은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도 이날 사퇴했다. 보수 야권 전체가 선거 패배 이후 쇄신을 위한 대격변에 휩싸이는 형국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멀리 내다보고 ‘무너진 보수’를 맨 밑바닥부터 일으켜 세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번 지방선거는 한마디로 보수에 대한 ‘심판 투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각급 선거를 ‘싹쓸이’했고, 자유한국당은 전대미문의 참패를 당했다. 민주당은 특히 단체장 선거에서 오랜 불모지였던 서울 강남·송파구청장과 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장을 차지하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이들 지역의 전통적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보수 야당에 등을 돌린 것이다. 이런 선거 표심은 보수 야당에 대한 강력한 응징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이는 각종 수치로도 확인된다. 민주당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14곳을 차지한 것은 물론 기초단체장에서도 226개 중 151곳(66.8%)을 가져갔다. 자유한국당은 53곳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은 또 서울 25개 구청장 중 24곳, 부산의 16개 구청장 중 13곳, 경남 18개 기초단체장 중 7곳, 울산의 기초단체장 5곳 모두를 차지했다.

보수의 재건을 놓고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땜질식 처방’은 금물이다. 일각에선 보수 대통합 또는 합종연횡식 정계개편을 말하지만 이런 식으론 근본적인 위기를 타개하기 어렵다. 당명을 바꾸고, 지도부를 교체하고, 합당해서 세를 불리는 식으론 현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보수의 혁신을 위해선 무엇보다 낡은 패러다임을 버리고 시대에 걸맞은 가치와 노선을 재정립하는 게 급선무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한마디로 ‘박정희 체제’의 파산을 의미했다. ‘박정희 체제’는 경제개발 등 긍정적 측면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반공 이데올로기와 친미 일변도 정책, 강자 독식 등 냉전 시대의 패러다임에 기초했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우리 사회에서 박정희 체제의 수명이 다했듯, 수구·냉전의 패러다임도 수명을 다했다.

홍준표 대표가 이번 선거 과정에서 보인 행보는 전형적인 ‘낡은 패러다임’이었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두고 ‘나라를 통째로 넘기겠느냐’는 구호를 내세운 게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나라를 팔아넘기려 한다는 시대착오적 선동이었다.

유권자는 급속히 변하는데 보수 정치는 따라잡지를 못한다. 한반도 대전환의 시대에 낡은 냉전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유권자의 버림을 받을 처지에 놓인 게 보수의 현실이다. 사사건건 반대만 하면서 문재인 정부 발목잡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않고 자기만의 정치에 매몰돼 있는 것이다. 시대 변화를 외면한 정당이 몰락하는 건 보수든 진보든 다르지 않다.

보수 정당의 재탄생을 위해선 시대 변화에 걸맞은 패러다임, 새로운 가치와 노선을 정립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모든 걸 원점에서 다시 살펴봐야 한다. 뼈를 깎는 노력 없이 새집을 크게 다시 짓겠다는 식의 외형적 대처에 머문다면, 백약이 무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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