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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매경의 창] 새삼, 복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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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30여 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2006년 말부터 민간 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의 주된 업무는 우리나라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의 최고경영자나 임원에게 한국의 기업 경영 환경을 설명하고 조언해주는 일이다. 세계를 무대로 기업을 경영하는 그들의 입장에서 한국은 수많은 활동 무대 가운데 하나다. 경쟁국에 비해 한국이 비교우위를 갖는 경우 그들은 우리나라에 들어와 계속 머무르면서 사업을 키울 것이지만, 다른 나라의 기업 경영 환경이 더 좋다고 느끼게 되면 망설임 없이 활동 무대를 옮겨갈 수 있다.

지난해 5월 10일 문재인정부가 새롭게 출범했다.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기업인들에게는 근 10년 만의 정권 교체로 정책 기조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필자도 덩달아 바쁘게 지낸다. 그들에게 필자는 우선 우리나라는 보수에서 진보로의 정권 교체를 이미 경험한 바 있기 때문에 정권 교체가 결코 새롭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울러 문재인정부의 정책 기조는 '개개인이 인간으로서 가치를 존중받는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나왔음을 해설해준다. 대한민국은 경제 개발을 시작하던 1960년대 초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채 안되는 최빈국이었다. 그동안의 고도성장 덕분에 3만달러 수준에 도달하긴 했지만 자살률은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에 대한 처방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란 이름 아래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의 조치가 나온 점을 설명해준다.

지난 5월 31일 '시사저널'이 주최한 제6회 'Good Company Conference'가 열렸다. 필자는 2013년 제1회부터 제5회까지 계속 좌장을 맡은 인연도 있지만 올해는 특히 주제 선정까지 관여한 연유로 기조연설도 하게 됐다. 회를 거듭하면서 상당히 진화하긴 했지만 제1회 때만 해도 과연 '좋은 기업'이란 무엇인가부터 다뤄야 할 형편이었다.

그동안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 '준법, 평판, 성과' '신뢰' '기업가정신' 등을 주제로 다뤘다. 이번 제6회 콘퍼런스의 주제를 놓고 고민한 끝에 'From Human Resource to Human Being(인적 자원에서 인간)'으로 정하고 사람을 더 이상 '생산 도구가 아닌 인격체'로 존중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사람'에게 길을 묻다'를 부제로 붙이기도 했다.

제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가 가장 신경 써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그동안의 고도성장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경제 발전의 궁극적인 목적이 개개인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복지 정책의 초점도 거기에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가장 바람직한 복지 정책은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데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실천해야 할 과제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일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일·가정 양립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면 무엇보다 기업의 혁신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 말 정부가 발표한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일자리·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와 함께 '혁신성장'을 3대 전략의 한 축으로 내세운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기업은 지나치게 빠른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속도가 부담이 된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정책의 실행 과정에서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정도로 속도를 조정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이제 6월 말이면 '2018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될 것이다. 근로자와 기업 양측이 모두 수긍하는, 그리고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진정한 복지 정책을 담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기대해본다. 이는 이번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정부 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준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오종남 스크랜턴여성리더십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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