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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단독]채권자 안왔는데 온 것처럼 서류 꾸며...법원 집행관 '불법집행'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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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 성북구 길음동 일대. 법원 소속 집행관이 채권자, 혹은 채권자 대리인 참여 없이 마구잡이로 부동산인도집행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오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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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 소속돼 부동산가처분이나 부동산인도, 압류, 경매, 서류 송달 등 업무를 하는 집행관들의 비위가 만연화돼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 북부지방법원에서 30여년 동안 집행 사무원으로 근무한 A씨는 14일 "집행관들은 법원의 부동산인도명령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법 요건을 갖추지 않고 불법으로 집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부동산인도집행 과정에서 집행관이 채권자나 채권자 대리인의 출석 없이 관행적으로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사집행법 258조는 '강제집행은 채권자나 그 대리인이 인도받기 위하여 출석한 때에만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문서라며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서울 성북구 길음동 일대에서 진행된 법원의 '부동산인도집행조서' 20여장을 공개했다. 그는 "모두 채권자나 채권자 대리인 없이 위법한 절차로 강제집행이 이뤄진 사건들인데 서류에는 채권자 대리인이 정상적으로 참여한 것처럼 꾸며져 있다"고 주장했다. 해장 지역은 길음1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난 1월부터 철거가 시작돼 롯데캐슬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인 구역이다. 이미 철거가 완료돼 공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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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인도집행조서'에는 채권자 대리인이 집행 현장에 참석한 것으로 돼 있지만 하위로 꾸며진 문서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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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별 서초중앙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부동산인도집행에 채권자나 채권자 대리인이 출석하는 이유는 채무자로부터 부동산을 인도받기 위한 과정"이라며 "채권자나 채권자 대리인이 현장에 나가지 않았는데도 채권자에게 넘어간 것처럼 서류가 꾸며져 있다면 집행 자체가 법률적으로 무효가 될 소지도 있고, 공무집행의 신뢰도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법원 집행관들은 법원 내부에 사무실을 마련해 집행 사무원을 고용하고 업무를 보지만 공무원이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법원이나 검찰청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주사보 이상 직급의 직원 중 퇴직 예정자를 지방법원장이 4년 단임제로 임명한다. 법원 감시의 사각에 있어 오랜 기간 각종 불법·편법이 끊이질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얼마 전에도 경찰 수사로 집행관들의 일탈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8일 법원 소속 집행관과 집행 사무원 18명이 2015~2017년 사이 부동산가처분 집행 과정에서 출장 횟수를 허위로 늘려 채권자들로부터 9000여만원을 챙겨온 것을 적발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27일 법원의 집행관 임명 시 퇴직 공무원이 아닌 현직 법원 공무원으로 연수과정을 거친 인물을 임명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집행관법, 법원조직법 일부 법률개정안 발의한 상태다. 제 의원은 "집행관들이 법원 공무원이 되면 지금까지 강제집행 현장에서 발생했던 각종 비위나 편법이 줄어들고 강제집행을 당하는 채무자 측의 인권 보호 측면 역시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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