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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으로 갈린 EU… 이탈리아 난민 사태로 프랑스 대사 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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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수용 문제를 둘러싸고 이탈리아와 스페인 간 발생한 갈등이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신경전으로 번지고 있다.

이탈리아 외무부는 13일(현지시간) 주이탈리아 프랑스 대사를 로마 외무부 청사로 초치했다. 이탈리아를 “냉소적이고 무책임하다”고 비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항의하는 의미로 취해진 조치다.

이번 사태는 이번 주 초 국제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가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를 이탈리아에 정박시키려 하면서 시작됐다. 아쿠아리우스에는 리비아 근해에서 구조된 난민 629명이 타고 있었고, 유럽 대륙을 행하던 중 이탈리아와 이탈리아 남쪽 섬나라 몰타가 입항을 거부하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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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리비아 북부 지중해에서 아프리카 난민을 태운 목조선 옆에 아쿠리우스가 떠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난민들에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은 최근 난민정책에 우호적인 총리가 들어선 스페인이었다. 11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성명을 내고 “인도주의적 재앙을 피해 사람들에게 안전한 항구를 확보해주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면서 동부 발렌시아 항에 이 배의 입항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아쿠아리우스는 13일 현재 발렌시아 항으로 향하고 있다.

다만 스페인보다 난민선의 위치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프랑스는 애매한 처지가 됐다. 해사법에 따라 난민 구조선은 항상 가장 가까운 항구로 가야 하는데, 스페인이 발 빠르게 나서면서 현재 위치에서 가까운 프랑스 남부의 항구보다 더 먼 곳으로 이동해야 하게 된 셈이다. 부담을 느낀듯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2일 파리 각료회의에서 스페인 당국의 용기에 찬사를 보내는 한편 “이탈리아 정부의 태도와 (난민 문제를) 정치적으로 도구화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 심지어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신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의 가브리엘 아탈 대변인은 이탈리아의 이민정책을 “역겹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이탈리아는 즉각 반발했다. 이탈리아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프랑스의 발언은 용인할 수 없고, 정당화할 수 없는 것으로 즉각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난민구조선의 입항 거부 결정을 내린 당사자인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은 프랑스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날 상원에 출석한 그는 프랑스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가 없다면 오는 15일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의 정상회담 역시 취소돼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또 아쿠아리스호를 인도적 차원에서 자국의 발렌시아 항에 전격 입항시키기로 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에게 사의를 표하면서도 “산체스 총리가 계속 (난민에) 관대함을 유지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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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6일(현지시간) 로마의 하원에서 반체제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이 손잡고 구성한 포퓰리즘 연정에 대한 신임안 표결이 시작되기 전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탈리아의 반발이 거세지자 프랑스 외무부는 논평을 내고 갈등 수습에 나섰다. 프랑스 외무부는 “프랑스는 이탈리아가 느끼는 난민 부담의 무게와 이탈리아의 노력을 잘 알고 있다”며 “프랑스는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적이 없으며, 유럽 각국 사이의 긴밀한 협의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다만 스페인은 이탈리아 정부를 계속 비난하고 있다. 돌로레스 델가도 스페인 법무장관은 “이탈리아의 국제인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난민선이 도착할 발렌시아의 시모 푸이그 주지사도 “이 문제를 정치적 무기로 삼는 것은 야비한 일이다. 유럽이 좀 더 현명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우리는 난민들을 바다에서 죽게 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난민정책을 둘러싸고 유럽 각국이 벌이는 신경전이 수면위로 드러난 셈이 됐다. 지난 1일 출범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권은 그동안 강경한 난민정책을 펴겠다고 천명해 왔는데, 이것이 단순히 수사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란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탈리아는 2013년부터 난민 70만명을 수용했다. 유럽으로 향한 전체 난민의 3분의 1이 이탈리아를 거친 것에 해당한다. 밀려들어 오는 난민을 수용하기 위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커지자 이탈리아에선 반(反)난민 정서가 널리 퍼졌다. 이는 극우성향의 정당인 ‘동맹’이 국민의 큰 지지를 얻는데 밑거름이 됐다.

한편 13일에도 시칠리아 섬 카타니아 항에는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 900명을 태운 선박이 도착해 난민 행렬이 지속됐다. 이날 도착한 배는 ‘아쿠아리우스’와는 달리 이탈리아 해안경비대 소속의 선박이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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