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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경총 회장단 경질 방침에도…송영중 부회장 '출근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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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송영중 부회장의 업무를 정지시키고 경질 방침을 밝혔지만, 송 부회장은 자진사퇴를 거부하며 ‘출근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재택근무한 것으로 알려진 송 부회장은 11일과 12일에 이어 14일에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 출근했다.

경총은 지난 12일 '송영중 상임부회장에 대한 경총 입장'을 통해 송 부회장의 직무를 정지하고 그의 거취를 회장단 회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송 부회장은 "(손 회장이 지시한) 부회장 직무정지가 법률적 효력이 있는지 모르겠다. 회장단 회의에서 소명하겠다"며 정면으로 반발했다.

조선비즈

송영중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부회장/안상희 기자



경총 회장단은 이르면 15일 송 부회장의 거취를 논의할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회장단 회의에서는 송 부회장의 직무정지 조치와 사퇴 여부, 향후 절차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경총 회장단은 손 회장과 송 부회장 외에 윤부근 삼성전자(005930)부회장, 윤여철 현대자동차(005380)부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신춘호 농심(004370)회장, 황창규 KT(030200)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회장단 대부분은 송 부회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부회장을 교체하자는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총 정관에는 상근 부회장의 선임규정만 있고 면직 또는 해임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송 부회장이 끝까지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경총은 정관상 법적인 효력을 갖는 임시이사회를 소집해 해임안을 결의하고 임시총회 안건으로 상정해 의결하는 순서를 밟아야 한다.

경총은 "송 부회장은 자신의 소신과 철학이라면서 경총의 방침에 역행하는 주장을 하지만, 이는 잘못된 일이며 부회장으로서 도를 넘는 발언과 행동이 있었는데 이 또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직무배제 이유를 설명했다.

송 부회장이 직무배제가 된 이유는 크게 3가지로 파악된다. 송 부회장은 지난달 22일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편 문제는 국회가 아닌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노동계 주장에 동조했다가 여야와 경제계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후 경총 내부에서 송 부회장의 입지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내내 사무실에 나오지 않고 재택근무를 한 것도 논란이다. 또 사무국 임원의 임명과 면직은 회장이 하게돼 있는데, 송 부회장이 회장과 상의 없이 임원의 인사처리를 해 인사권을 남용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송 부회장은 재택근무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는 “손 회장이 임원들과의 갈등과 최저임금 논란을 들어 '잠시 쉬는게 낫겠다'고 말했다”며 재택근무는 손 회장이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제도 도입안' 문서를 외부에서 결재했고, 이달 4일엔 '6월을 경총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만들어갑시다'는 제목의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린 점을 근거로 밖에서 일을 계속 해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총 내외부에서는 "회장을 보좌해야 하는 부회장의 태도가 이해가 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손 회장이 자진사퇴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주고 있는데 조직 권력이 회장이 아닌 본인에게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며 "재택근무가 공식화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잠시 쉬는게 낫겠다고 해서 일주일 넘게 회사를 안 나오는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경총 사무국은 현재 선택적 근로제인 교차출퇴근 정도를 시행하고 있고 재택근무에 대해서는 내부 규정이 정확치 않은 상황이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송 부회장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편 문제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하자는 발언을 하기 전에 손 회장에게 구체적으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이후 경총이 비난을 받자 책임을 회피하고 경총의 입장과는 다른 본인의 해명만 한 것으로 안다. 경총 내 입지가 좁아지자 재택근무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취임한 송 부회장은 광주제일고,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23회 행정고시를 거쳐 노동부에서 주로 근무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노동부 근로기준국장, 산업안전국장, 고용정책본부장으로 활동했으며 이후 노동부 기획조정실장,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경총은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과 같은 노사 문제에 기업 측 입장을 대변하는데 송 부회장은 노동계에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취임 당시부터 '낙하산 인사'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안상희 기자(hu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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