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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월드컵으로 '서방의 러시아 왕따' 무력화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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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축구축제 개최로 강대국 이미지 재각인…美 제재 한계 노출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러시아에서 14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지구촌 최대 축구축제 월드컵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서방의 러시아 경제제재에 김을 빼는 기회가 됐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 보도했다.

내달 15일 결승전이 끝난 직후 푸틴 대통령이 수십억 명으로 예상되는 전 세계 축구팬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승팀에 트로피를 전달하는 장면은 러시아 입장에서 이번 월드컵의 '화룡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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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대통령[EPA=연합뉴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개막전은 첫 경기 이상의 뜻이 담겨있다. 푸틴 대통령과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함께 이 경기를 관람하며 '우애'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산유국인 러시아와 사우디는 국제유가를 떠받치기 위해 작년부터 생산량과 재고를 줄이는 조치를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과 빈살만 왕세자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와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의 붕괴로 유가 폭등이 우려됨에 따라 증산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국제 석유시장의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모습으로 비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제유가 상승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났다. 그는 13일 트위터를 통해 "유가가 너무 높다"며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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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성바실리대성당 앞에 걸린 2018 월드컵 환영 깃발[AP=연합뉴스]



러시아가 2010년에 2018 월드컵을 유치할 때만 해도 국가 재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강했지만 지금은 정치적으로 변했다는 분석을 FT는 소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미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이중스파이 독살시도 사건의 배후 의혹 등으로 서방의 '따돌림'과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고립 탈피'의 호기로 삼는다는 것이다.

미국계 연구기관인 카네기 모스크바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에프 선임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국제무대에 돌아온 강대국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이를 좋아하며 고립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월드컵 개최 유치에 뛰어들 때만 해도 주로 '석유 부국'임을 자랑하려는 것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방의 제재 이후에는 더욱 정치화됐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에 적대적인 국가들에서는 월드컵 보이콧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중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나라다.

본선에 진출한 영국은 자국팀 경기에 왕실 인사는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이자 팝스타 로비 윌리엄스는 월드컵 개막식 축하 공연무대에 선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 인사들 가운데 일부는 이번 월드컵 개최 준비에 관여했다. 예컨대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기업인 게나디 팀첸코는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일부 도시의 경기장 건설을 맡은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

제재 대상에 오른 인사들이 지은 시설을 찾거나 이들이 자금을 지원한 운동장에서 경기하는 것이 제재 위반은 아니지만, 러시아로서는 월드컵을 통해 미국 제재의 한계를 보여주는 기회라고 FT는 평가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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