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갑질, 그 위험한 건강학 ②] 아직도 술ㆍ담배로 스트레스 푸나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직장 스트레스, 음주ㆍ흡연으로 풀다 화병 등 키워

-심ㆍ뇌혈관 질환은 물론 디스크 등 근골격계 질환도

-‘2030 화병 환자’ 5년새 53%↑…“명상ㆍ운동 등 도움”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 근무하는 회사원 위모(40) 씨. 직업 특성상 다양한 성향의 고객들을 상대한다. 고성을 일삼는 소위 ‘진상 고객’이라도 다녀간 날이면 스트레스로 머리도 지끈거리고 몸도 두 배로 더 피곤했다. 퇴근 후 술로 스트레스를 풀던 위 씨는 어느 날부터 갑자기 허리에 뻐근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허벅지와 종아리까지 찌릿해지자 병원을 찾은 위 씨는 허리 디스크라는 진단을 받았다.

위 씨 같은 서비스업 종사자는 ‘직장 내 갑질’은 물론 고객의 불평, 불만 등 직장 외부 스트레스에도 맞서야 한다. 그러다 보면 위 씨처럼 음주나 흡연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례가 많다. 국내 한 취업 포털 사이트 조사를 보면 스트레스 해소 방안으로 직장인들은 ‘술이나 담배(25.9%)’를 가장 많이 꼽았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은 오히려 심ㆍ뇌혈관 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기 쉽다.

헤럴드경제

스트레스를 무조건 참으면 화병이 생길 수 있다. 화병은 여러 정신 질환은 물론 근육통 등 각종 통증도 야기할 수 있다. [제공=자생한방병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풀어 준다는 술ㆍ담배, 척추에 악영향 =보건복지부의 ‘2016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20~30대 남성과 여성의 월간 폭음률(최근 1년간 월 1회 이상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성 7잔ㆍ여성 5잔 이상 음주)은 각각 58.2%, 36.2%나 됐다. 흡연율도 19~39세 남성의 경우 46.7%를 기록했다. 절반 가까운 수치다.

스트레스가 체내 혈액 순환을 방해한다면 음주와 흡연은 체내 디스크에 혈액과 산소가 공급되는 것을 방해한다.

자생한방병원의 엄국현 원장은 “디스크는 혈관 분포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척추 주변 근육을 사용해야 혈액 순환이 원활해진다”면서도 “흡연을 하면 일산화탄소가 혈액 내 적혈구와 산소의 결합을 방해하기 때문에 체내 산소 부족 현상이 생긴다. 음주도 척추를 지탱하는 근육과 인대에 필요한 단백질을 알코올 분해에 쓰게 되면서 척추를 약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게 되면 긴장이 풀리면서 일시적으로 불안감도 줄어들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술이 깨고 나면 더 큰 불안감이 찾아올 수도 있고 척추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20~30대 화병 환자 증가 추세 =우리나라 국민에게만 독특한 질병이 화병이다. 겸양을 미덕으로 하는 우리 사회에서 각종 어려운 상황이 닥치더라도 스트레스를 받아 가며 참다 보니 생기는 응어리가 ‘화(火)’로 나타나기 때문으로 전문의들은 분석하고 있다. 1995년 미국정신의학회도 화병(Hwabyung)을 정신장애 편람에 표기하면서 ‘가부장적이면서 유교 문화권인 한국 사회의 특이한 민속 증후군’이라고 정의했다.

울화병으로도 불리는 화병은 얼마 전까지 중년 여성에게 잘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돼 왔지만, 최근에는 20~30대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화병으로 한방병원을 찾은 20~30대 환자는 2016년 2859명으로 2011년(1867명)에 비해 약 53% 증가했다. 이 중 남성 환자는 846명으로 2011년(387명)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화병의 주요 증상으로는 소화가 안되는 듯 명치에 뭔가가 걸린 듯한 느낌, 전신 피로감, 뒷목과 어깨의 뭉침 현상 등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기혈이 뭉쳐 풀리지 않기 때문에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본다. 화병은 방치하면 공황장애, 사회 부적응, 협심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목 또는 어깨 근육통, 턱관절 장애 등 신체에 직접적 통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엄 원장은 “직장인이 화병을 잘 다스리려면 무조건 참는 마음으로 감정을 억눌러서는 안된다”며 “스트레스의 대상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명상이나 운동을 통해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ken@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