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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만들고, 공개 고발도…'을의 반란' 전방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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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의료업 등 갑질 제보 채팅방 우후죽순 개설

채팅방 개설 뒤 공개 고발과 노조 설립으로 이어져

전문가 "정부, 갑질 재발방지위한 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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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병원 내 갑질을 신고받습니다.’, ‘올바른 기업을 만들기 위해 회사의 불공정 처우를 고발해주세요.’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촉발된 ‘을의 반란’이 사회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제조업을 비롯해 의료, 교육 등 사회 곳곳에서 피해 제보들이 쏟아지면서 공개 고발과 노동조합 설립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을의 반란이 파급력이 커진 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고발 창구가 다양화된 영향이 크다. 촛불혁명이 남긴 교훈도 한 몫을 했다. 문제를 공론화하면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을의 반란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정책 변화 등으로 이어져 노동자들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직장119 갑질 제보 채팅방에 일평균 제보 67건 접수

카카오톡과 네이버밴드 등 SNS에는 직장 내 비리와 불법행위를 제보하는 오픈채팅방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누구나 익명으로 채팅방을 만들 수 있고 신분 확인 등 별다른 절차없이 가입해 손 쉽게 제보에 참여할 수 있다.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노동법률단체인 ‘직장119’가 개설한 카카오톡 업종별 갑질 제보 오픈채팅방이다. 이 채팅방(이메일 포함)에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6개월간 총 1만 1938건의 갑질 제보가 접수됐다. 하루 평균 66건 꼴이다.

업종도 제조업 뿐 아니라 △금융 △교육 △방송 △의료 등 다양하다. 채팅방 가입자가 가장 많은 채팅방은 한림대성심병원모임이다. 이 채팅방의 참여자는 1000여명으로 지난해 채팅방에서 선정적인 장기자랑 강요, 임금체불, 초과근로 등의 제보를 받아 경찰에 고발했다.

방송작가 등이 만든 방송 종사자 채팅방에는 900여 명이 가입해 있다. 보육교사 채팅방에는 전국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 400여 명이, 경기도 안산의 반월공단과 시흥의 시화공단 채팅방에는 노동자 40여 명이 참여 중이다. 이외에도 다른 업종 제보방이 꾸준히 개설되고 있다는 게 직장갑질119의 설명이다.

직장갑질119가 개설한 업종별 채팅방에는 ‘임금을 떼였다’는 제보(3072건)가 가장 많았다. 청소나 김장, 장기자랑 등 업무와 상관없는 ‘잡무 요구’ 제보(762건)가 뒤를 이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근로감독관이 합의를 종용한다거나 회사 편이라는 내용의 제보도 꽤 많았다”며 “직장인들의 권리의식은 성장하고 있는데 정부기관은 여전히 뒷짐지고 있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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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 성심병원, 채팅방 개설 한달만에 노조 설립…방송종사자 성폭력 실태 공개 고발도

이들은 단순히 채팅방에 제보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공개 고발과 노조 설립 등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노조를 설립한 한림대 성심병원모임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림대 성심병원모임은 채팅방을 설립한 지 한 달 만에 강남·동탄·한강·성심병원 등 4개 병원 노동자들이 모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한림대의료원지부를 설립했다.

이들은 노조 설립 후 병원 측이 노조 활동을 방해한다며 지난해 12월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기자회견도 열었다. 당시 이들은 “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일송학원 이사장을 수사하라”며 고용노동부에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방송계 종사자들이 모여 만든 ‘방송계갑질119’와 ‘방송스태프노조 준비위원회’는 지난 4월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제작 현장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고발하기도 했다.

치킨프랜차이즈업체 BHC점주들은 채팅방 개설을 계기로 ‘전국 BHC가맹점 협의회’를 결성했다. 참가 점주는 810여곳으로 전국 가맹점(1430여개)의 절반 이상이다. 협의회는 지난달 23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사의 부당한 처우와 경영상 문제점 개선을 요구했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노사가 평등한 관계에서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이 갑질 반대 운동을 확산하는 중요 창구가 됐지만 제보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갑질에 대한 처벌 강화 등 정부 차원의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