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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의 발톱' 드러낸 美 연준…고민 커지는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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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 美 통화정책 '갑론을박'

韓 금리 결정에 美 영향 크다는 의미

美 인상 가파른데, 韓 여건 안돼 문제

1500兆 가계부채도 인상에 부담될듯

고민 커지는 한은…추가 인상 안갯속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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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지난달 24일 오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한 달가량 남겨뒀던 당시, ‘7인의 현자(賢者)’들은 확실시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한은 의사록에 따르면 미국의 가파른 인상 기조에 대한 평가는 반반(半半)씩 갈렸다. 먼저 우려를 나타낸 쪽. A 금통위원은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계속되면서 자본 유출입과 환율, 금리, 주가 등 국내 금융시장 가격 변수에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B 위원도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에 항상 대비해야 한다”고 했고, C 위원은 “면밀히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반론도 적지 않았다. “(미국의 인상 기조에 따른) 신흥국 금융 불안이 국제금융시장의 유동성 경색으로 악화될 조짐은 타나나지 않고 있다”(D 위원)거나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자본 유출입 변동은 신축적인 환율 조정에 의해 외환시장에서 원활하게 소화될 수 있을 것”(E 위원)이라는 견해였다.

◇美 인상 가파른데, 韓 여건 안돼 문제

한은 금통위원들의 난상토론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통화정책에 있어 ‘미국’의 특수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은의 금리 결정에 있어 경기와 물가보다 미국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금융시장 인사들이 있을 정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2~13일(현지시간) FOMC를 통해 기준금리를 1.75~2.00%로 인상하면서 한은의 고민은 더 깊어지게 됐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11년 만에 0.50%포인트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역대 최대 폭(1.50%포인트)과는 아직 차이가 있지만, 그럼에도 자본 유출 압박은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이번달 연준은 ‘매의 발톱’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관심을 모았던 점도표를 통해 올해 인상 횟수를 네 차례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경제가 매우 잘 돌아가고 있다”며 “더는 경제 활동 장려 등을 위해 통화정책이 필요치 않은 정상적인 수준에 접근했다”고 했다.

한은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이례적인 물가 둔화다. 경기와 물가만 받쳐준다면 미국에 발을 맞춰 금리를 올릴 수 있겠지만,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수요 측면의 물가 압력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달 1.4%에 그쳤다. 통화정책 목표치(2.0%)보다 한참 낮다. 올해 내내 월 1.2~1.4%에 머물고 있다. 물가가 둔화하는 와중에 금리를 올리면 경기에 충격을 줄 우려가 있다. 여건이 되지 않는 데도 미국에 ‘이끌려’ 인상에 나서는 게 한은에 최악의 시나리오다.

1500조원에 근접한 가계부채 부담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긴축 속도와 발을 맞추면 각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탓이다.

◇고민 커지는 한은…추가 인상 안갯속

이주열 한은 총재가 관심을 모았던 68주년 창립 기념사에서 ‘추후 통화정책 방향은 인상이되, 당장은 아니다’는 메시지를 준 것도 이같은 고민의 결과로 보인다. 시간이 갈수록 통화정책 ‘딜레마’가 심화할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추후 금리 전망도 ‘안갯속’이다. 금융시장에서는 8월, 10월, 11월 인상론 등이 다양하게 나온다. 채권시장 한 참가자는 “미국이 내년에도 금리를 빠르게 올릴 수 있으니 우리나라도 연내 한 번은 인상하지 않겠냐는 정도”라며 “그외에는 불확실해 보인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