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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형사처벌 불가’ 속단한 법원행정처장, ‘선택카드’ 줄어 고민 깊어진 김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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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 결단 앞둔 ‘사법농단’ 후속조치 주목

경향신문

재판거래 의혹 과소평가

‘임·우 비밀회동’ 의혹 더해

수사 통한 처벌 가능성에

‘양승태 키즈’ 결집 시작


요즘 김명수 대법원장(59·사진)은 오후 6시에 일과가 끝나면 용산구 한남동 공관으로 돌아가 좀처럼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취재기자들에게도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측근들은 “(김 대법원장이) 외부 사람들과 만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조만간 발표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보고서 후속 조치를 고민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한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에 김 대법원장이 ‘신중 모드’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은 기본적으로 머뭇거리고 망설이는 스타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는 취임 전부터 사법행정권 남용에 누구보다 강하게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런 그가 논쟁의 한가운데 서서 말없이 3주를 보내게 된 데는 안철상 법원행정처장(61·대법관)의 미숙한 일처리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이 있다.

특별조사단 단장인 안 처장은 지난달 25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형사책임을 묻는 적극적 조치로 나아가기에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조사보고서 공개 이후 전국의 판사회의들과 법관대표회의가 형사처벌과 형사절차를 요구했고, 여론도 들끓었다.

법원 관계자는 “안 처장이 형사처벌의 필요성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판단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 특별조사단의 권한을 넘어선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안 처장은 보고서 공개 직후인 지난달 28일 국회에 나가 “(검찰 수사의뢰도) 제외하지 않고 있다”고 입장을 뒤집어야 했다.

안 처장의 판단 실수는 무엇보다 재판거래 의혹을 가볍게 생각한 데서 비롯됐다는 게 판사들 설명이다. 특별조사단 보고서에는 “판결을 거래나 흥정의 수단으로 삼으려고 한 흔적들이 발견되었음”이라고 적기만 하고, 추가 조사나 형사처벌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보고서에서 처벌이 어렵다고 언급한 연구회 중복가입 해소, 익명게시판의 게시글 사찰보다도 가볍게 본 셈이다. 하지만 재판거래 의혹은 시민에게 충격을 주었고 여론이 더욱 비등했다. 지난 11일 경향신문의 ‘임종헌·우병우 비밀회동’ 보도로 양승태 사법부와 청와대의 유착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안 처장의 상황판단에 좀처럼 변화가 없어 보인다. 임종헌·우병우 비밀회동 보도가 나온 날에도 그는 “특별조사단 조사는 판사 뒷조사 파일이 있는지가 주목적이었다”며 “그럼에도 버려진 파일까지 찾아내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된 것은 모두 공개했다”고 항변했다. 두 사람의 회동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것이 왜 중요하느냐는 식이었다. 하지만 특별조사단의 이름부터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고, 스스로 밝힌 조사 대상에도 ‘기타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거나 훼손한 의혹’이라고 명시돼 있다. 더 큰 문제는 안 처장이 공개하지도, 목록에도 올리지 않은 파일과 정황 가운데 국회와의 거래 의혹 등 치명적인 것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다.

김명수 대법원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를 거친 고위 법관들이 결집하기 시작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사법행정권 남용의 장본인들이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서 “최근 우연찮은 비공식 모임이 있었고 그 자리에서 김명수 대법원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른바 ‘양승태 키즈’들이 긴장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수사를 통해 처벌이 현실화할 가능성 때문이다. 양승태 대법원 시절 행정처 관계자는 “다른 것은 몰라도 원세훈 선거법 사건이나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의 처리과정은 내가 봐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행정처 출신의 다른 법원 관계자도 “합의 과정이 비밀이기는 하지만 증거가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르면 14일 이번 사건의 처리방향을 내놓을 예정이다. 법원 관계자들은 “2009년 불거진 신영철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의 재판개입 사건이 유야무야되면서 오늘날의 재판거래 의혹까지 터지고 말았다”면서 “김 대법원장이 이 문제를 장악하고 제대로 매듭짓지 못하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보다도 험한 세월이 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김 대법원장도 나름의 사법개혁 플랜을 가진 사람인데 이 사건에 발목이 잡혀 주저앉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며 “의외로 과감한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범준 사법전문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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